한 달 만에 문 연 '러시아 증시'…상승한 이유는?


모엑스지수, 4.37% 오른 2578.51 마감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증시를 대표하는 모엑스(MOE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7% 상승한 2578.51로 마감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사설환전소에서 업주가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서며 한 달가량 거래가 중지됐던 모스크바 증시가 재개장했다. 재개 첫날 시장의 우려와 달리 증시가 상승 마감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의 '규제 폭탄' 효과를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증시를 대표하는 모엑스(MOE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7% 상승한 2578.51로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러시아 증시는 33% 폭락했다.

이날 거래는 지수를 구성하는 50개 종목 중 33개의 거래만 부분적으로 허용됐다.

에너지기업 가즈프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 루콜리 주가는 12%가량 급등했다. 서방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은행들은 혼조세를 보였다. VTB은행은 5.5% 하락했지만 스베르방크는 3.9% 올랐다.

증시 상승은 러시아 정부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러시아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퇴로를 모두 막아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매도를 금지했다. 또한 정부 지시에 의해 러시아 국부펀드는 주식 100억 달러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러시아 증시에 진입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를 금지함으로써 루블화 가치도 방어도 가능했다. 그동안 러시아 증시 내 주식 거래량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숏커버링은 허용했다. 숏커버링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통상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이어진 서방 제재에도 굳건한 경제의 상징으로 증시 상승을 내세워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날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 증시는 현실을 반영하는 시장도, 지속 가능한 상태도 아니다"며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가 고립된 상황만을 반영할 뿐이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증시가 앞으로도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달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말 기준 주식계좌를 보유한 러시아인은 1700만 명 이상이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이 7730억 달러(약 942조2800억 원)로 주식 총액이 약 28조 달러에 달하는 뉴욕증권거래소 대비 매우 작은편이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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