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에너지' DL이앤씨·현대건설, '새 먹거리' 찾기 집중


주택시장 불확실성 커져…수익성 높이고, 리스크 줄이고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주택사업의 불확실성 타파를 위해 신사업으로 각각 소형모듈원자로(SMR),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사업을 추진한다. /더팩트 DB

[더팩트|이민주 기자]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건설사들이 올해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새 먹거리'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대규모 플랜트 등 국·내외 수주로 매출을 늘리려던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 SMR(소형모듈원자로),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새로운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일부는 사업목적에 신사업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에 나서는 등 연초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현대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에너지전환 선도"

현대건설은 올해 SMR 사업에 집중해 기술기반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향후 세계 건설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SMR의 선두주자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것으로 발전용량이 300MW급 정도인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말한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열린 제7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해상풍력 등 관련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에너지전환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SMR 사업 추진은 기술기반 신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관련 밑 작업도 마쳤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원자력 사업 선도 기업인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사와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상업화 모델 공동 개발 △마케팅 및 입찰 공동 참여 △사업 공동 추진 등 사업 전반에 협력한다.

업계에 따르면 SMR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그린 에너지 분야의 게임체인저이자 '꿈의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원전 대비 뛰어난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춰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MMR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오는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2500~4000억 파운드(400~65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 SMR 로드맵 보고서는 오는 2035년까지 연간 150조 원 이상의 소형모듈원자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영준 대표는 "기후변화 대흥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기존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SMR, 해상풍력 등 관련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에너지전환을 선도하려 한다"며 "국내 원전의 60%를 시공한 기술력을 토대로 향후 세계 건설시장에서 관련 사업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원자력 사업 선도 기업인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사와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 제공

◆ DL이앤씨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토털 프로바이더로"

DL이앤씨는 신사업으로 탄소 활용 사업을 낙점했다.

탄소 포집 플랜트 건설 분야에서 인정받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 활용과 저장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CCUS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CCUS는 배출된 탄소를 저장하거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지난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진출 본격화를 위해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사업을 회사 정관에 추가했으며, 이에 앞서 DL이앤씨는 지난 17일 CCUS 사업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목표는 오는 2024년까지 탄소 포집 EPC 분야에서 국·내외 누적 수주 1조 원 달성이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2025~2027년까지 연간 1조 원 수준의 수주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2030년까지 이를 2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준비 작업도 마쳤다. DL이앤씨는 서해그린환경과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서해그린에너지와 국내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포집한 탄소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광물플래그십 사업단과 탄소광물화 원천기술 상용화를 위한 실증플랜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추후 CCUS 전체 가치사슬 완성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과 탄소세 도입이 큰 이슈로 떠오르며 탄소중립이 기업의 과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CCUS는 다른 탄소 감축 방법에 비해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블루수소의 생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제거하는 핵심 기술로 인정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인더스트리아크는 글로벌 CCUS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253억 달러(30조8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탄소중립 실현은 기후위기 극복과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며 "차별화된 CCUS 기술력과 다양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탄소포집 뿐 아니라 활용, 저장 분야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CCUS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사업 청사진을 공개하며 오는 2024년까지 탄소 포집 EPC 분야에서 국·내외 누적 수주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DL이앤씨 제공

◆ "아파트 대신 에너지" 건설사, '신사업 총력' 이유는

이처럼 건설사가 앞다투어 신사업을 발굴·추진하는 이유는 주택사업의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4.1포인트 하락한 72.8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이래 최저치로 최근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조정 전망, 미분양 증가, 금리인상, 사업여건 변동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풀이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이 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처벌을 내리는 법안으로 지난 1월 27일 시행됐다. 처벌 수위는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 원 이하 벌금이다.

여기에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주택사업 수익성 저하' 우려도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간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방에 차질이 생기면서 최근 건설 핵심 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시멘트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 인상된 9만3000원(t당)이다. 보통 철근 도매가는 113만7000원(t당)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오른 가격이다. 스트레이 아스팔트 가격은 660원(kg당)으로 30% 뛰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일반 공사직 직종의 일 평균 임금은 23만1044원으로 5년 전(16만9999원)보다 40% 올랐다. 여기에 유압기중기 차량(하이드로크레인) 1일 임대 비용도 최근 30%가량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분양 시장이 호황이어서 미분양 사태가 없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건설사가 주택사업으로만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수익성 확대, 리스크 줄이기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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