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현대차증권이 부동산 개발투자 강화에 나선 가운데 편중된 사업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더욱이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는 요동치고 부동산 경기는 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23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최근 기존 부동산 및 대체투자를 맡고 있는 IB2본부 내 CF(복합금융)실을 신설했다. 총 11명 규모의 CF실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발굴과 금융주선 및 대출, 실물부동산 투자에 주력하게 된다.
현대차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현대차증권 내 IB사업부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기준 현대차증권은 당기순이익 117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9%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3% 늘어난 15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실적은 단연 IB 부문이 이끌었다. IB 부문은 부동산금융을 주도로 지난해보다 41% 늘어난 1473억 원의 순영업수익을 달성했다. 현대차증권 전체 순영업수익(3258억 원)의 45%를 IB가 책임진 셈이다. 현대차증권에서 IB 부문은 2017년부터 5년 연속으로 1000억 원 이상의 순영업수익을 내고 있다.
IB 부문 실적 호조 속에 부동산PF 수익이 포함된 우발채무 규모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는 직전년도 대비 3295억 원 늘어난 9448억 원을 기록했다.
우발채무 중에서는 리스크가 가장 높은 매입확약(신용공여)이 8377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우발채무 가운데 비중은 88.6%에 이른다. 신용공여는 유동성공여와 달리 기초자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권사가 부실을 떠안게 된다. 수익성이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또한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의 경우에도 직전년도 57.8%에서 81%로 뛰었다. 2017년 이래로 채무보증 비율을 자기자본의 최대 70% 수준으로 유지하던 것과는 다소 대조되는 행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채무보증 사업이 경기 하강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강력한 규제를 걸고 있다. 작년 11월 개정된 금융투자업 규정은 증권사가 우발채무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한다. 많은 국내 증권사는 규정에 맞춰 지난해부터 채무보증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부동산 경기 하강위험 증가로 부동산 PF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발채무 중 상대적으로 위험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신용공여형 우발채무의 자기자본 대비 규모 및 증가율이 크고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가 많은 증권사에 대해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대차증권 측은 부동산금융 수익성 하락과 우발채무 비중 증가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CF실은 말그대로 콤플렉스 파이낸싱(Complex Financing)을 담당하는 곳으로 부동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CF실 인력들은 부동산PF 외 기업금융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우발채무 또한 등락이 있지만 자기자본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증권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비즈니스 확대로 신규 고객 선점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도 보탰다. 지난해 12월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취득한 현대차증권은 지난 21일 마이데이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THE Herb'를 선보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