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vs 조합' 고래 싸움…둔촌주공 조합원 등 터진다


시공사업단 '공사중단 설명회' 강수…조합원 발길 이어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시공사업단과 재건축 조합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동=이민주 기자

[더팩트|강동=이민주 기자]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조합이 조합원들에 말해주지 않는 공사 중단의 진짜 이유를 알리고 싶습니다."(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

"뉴스에서는 공사가 멈춘다 하고, 조합에서는 아니라고 해서 직접 알아보러 왔습니다."(조합원 A 씨)"

"견본주택(유닛)은 너무 잘 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드는데…언제쯤 입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조합원 B 씨)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 중단을 예고한 시공사업단이 갈등의 쟁점을 설명하고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기 위해 2년여간 닫혀있었던 견본주택을 개방했지만, 현장을 찾은 조합원들은 현실로 다가온 공사 중단 우려에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 19일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사중단 관련 설명회'를 열고 공기지연·공사중단으로 인한 △입주일자 변경 △사유 및 근거 등을 안내하고 있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지난 14일 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장, 주택도시보증공사에 공사중단 예고 안내문을 보냈으며, 통보 이후 60일이 경과하는 내달 15일부터 일체의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다음 달 공사 중단 사유와 입주 지연 등을 알리기 위해 견본주택에서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강동=이민주 기자

◆ "진짜 공사 멈추나요?" 커지는 조합원 '불안'

22일 둔촌주공 견본주택은 아침부터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로 분주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조합 차원에서 설명회 참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둘째 날(20일 기준)까지 2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날 견본주택을 찾은 조합원들은 시공사업단이 1층 로비에 세워둔 △입주 지연 사유 △서울시 코디네이터 조치 의견 및 법률적 판단 △공사(변경) 계약의 유효성 △세대 평면, 세대 에어컨 추가 옵션 미적용 사유 등이 적힌 안내문을 읽고 내부를 불러봤다.

2층에 마련된 평형별 견본주택 유닛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시공사업단은 49A, 84A, 84D 등 타입별 유닛을 마련하고 내부에 평면옵션 미적용 사유 등을 고지했다.

84A 평형에는 '조합원 동호 추첨 지연에 따른 조합 요청으로 평면옵션 선택 불가', '중문옵션 선택 불가(이유 동일)' 등의 안내문이 붙었다.

내부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내부는 처음 본다"며 "(옵션 미적용 등에 대해) 안내를 해줬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공정 과정에서 사전에 결정돼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선택 불가 항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조합원이 22일 견본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위 사진은 조합원 동호 추첨 지연에 따른 조합 요청으로 평면옵션 선택 불가 안내문. /강동=이민주 기자

◆ 최대 관심사는 공사 중단 이유…"단순한 문제 아니다"

조합원들의 최대 관심은 단연 공사 중단 여부에 쏠렸다. 시공사업단은 조합 집행부가 거짓 정보로 조합원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사 중단의 귀책사유는 시공사업단에 있으며, 실제로는 공사 중단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양측 갈등이 단순히 공사비 증액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하며 조합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양측은 최초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는 지난 2016년 총회에서 2조6000억 원의 공사비를 의결했으나 지난해 6월 약 5200억 원 증액한 3조2000억 원대로 계약을 변경했다. 이후 조합장이 해임됐고, 현 조합은 당시 작성된 계약서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공사업단은 이외에도 △조합 마감재 승인 거부 및 의사결정 지연 △조합 실시도서 지연 및 마감재 변경 요청 △조합 설계변경 및 창호스펙변경 요청 등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공정률이 52%를 넘어섰고, 창호나 스펙이 결정되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진행을 하고 있다. 이후 작업은 조합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공사가 중단될 경우 입주 지연, 이자 부담 증가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동=이민주 기자

◆ 조합원 피해 우려…입주 지연에 '이주비 대출 이자 부담'은 덤

시공사업단은 공사 중단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팩트'를 전달하지 않고 있어 추후 입주 지연 이상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지난 2월부터 이주비 대출 이자를 직접 납부하고 있다. 이주비 대출이자는 그간 시공사업단이 지불하던 것으로 규모는 1조2800억 원, 만기는 오는 7월이다. 공사가 중단된다면 이주비 대출 연장이 어려울 수 있고, 연장하더라도 위험이자 등으로 금리가 높아져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도 이주비 대출 연장에 대한 조합원 문의가 이어졌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입주 전까지 집을 구해서 지내시는 분들은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서도 우려가 많으시다"고 설명했다.

입주 일정과 분양 일정도 연기가 불가피하다. 당초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둔촌주공 일반분양을 진행하고 내년 하반기 입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둔촌주공은 당초 내년 8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이날 기준 공사기간은 9개월 연장됐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조합에 지난 2020년 6월 20일 조합과 체결한 공사(변경) 계약서의 유효성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강동=이민주 기자

◆ '공사 중단' 막을 카드 있나…시공사업단 요구사항은?

시공사업단은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서는 조합이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견해다.

주요 합의 쟁점은 지난 2020년 6월 20일 조합과 체결한 공사(변경) 계약서의 유효성 인정이다.

이외에도 조합에 합의요청 주요 안건으로 △추가적인 공사 지연 방지를 위해 감리단에 자재승인 근거자료 제공 △공사(변경) 계약의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재검증 △공사기간연장, 추가공사비 및 기발생 손실분에 대한 협의 △상가대표단체 등 법적 분쟁 종료 △분양 지연, 공사지연을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에서의 고급화·옵션 협의 △분양지연으로 인한 금융손실 비용에 대한 협의 등을 제시했다.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 실착공 이후 2년 이상 돈을 받지 못하고 1조6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의 외상공사를 하고 있다. 사업비 대출 7000억 원도 조합의 사업추진 지연으로 대부분 소진됐다. 시공사업단 측은 "공사 중단 전까지 조합이 대화장으로 나오기를 바라고 있고 협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를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프레'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규모는 지하 3층 ~ 지상 최고 35층, 1만2032가구다. 이 중 4786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며,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으로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조합원들이 집행부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내홍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 및 공사 참여 협력업체 등 21명은 지난 13일 조합 집행부와 조합 자문위원 7명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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