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3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인상하며 팬데믹 이후 2년 동안 지속되던 '완화 기조'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종료됐다. 이번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16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0~0.25%인 기준 금리를 0.25~0.5%로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뒤 2년 만에 저금리 기조에서 탈출한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건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의 인상이 나타나자 간밤 미국 증시에서 다우(1.55%), S&P500(2.24%), 나스닥(3.77%)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에 국내 증시에도 곧바로 빨간불이 켜졌다. 17일 오전 10시 30분경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80% 상승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수급면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유입이 나타났다.
아시아 증시도 즉각 반응했다. 같은 시각 일본의 닛케이는 3.62%,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40%, 홍콩의 항셍지수는 6.69%씩 각각 급등한 채 거래 됐다.
금융 당국은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해 "당장 국내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번 연준 결정이 당초 예상에 부합한 수준이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 기대 등도 반영됨에 따라 간밤 국제금융시장은 주가 상승, 금리 상승, 달러화 약세 등을 시현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외부 변수 한 가지가 사라진 점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반등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의 금리인상에 나서며 불확실성을 제거했고,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주가에 선반영 돼 있는 만큼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속도와 규모가 시장 예상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줬다"며 "이제 시장은 연준의 긴축속도 아래에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얼마나 견조한 흐름을 지속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며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파월 의장의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는 언급, 이미 금리인상이 시장에 반영된 점 등으로 안정을 찾을 전망"이라며 "그동안 시장 하락을 부추기던 우려들이 하나둘씩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불확실성 해소 심리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질 경우엔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예상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낸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상폭을 시장 예상치인 0.25%p에서 0.5%p로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에서 드러났듯 연준은 빅스텝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0.5%p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필요시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 관련 코멘트는 시장 심리 조절에 적절한 도구로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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