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강남 점포 럭셔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콘텐츠를 강화해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나서고, 이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신세계와의 매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이며, 신세계는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한 초격차 전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와 신세계가 강남 상권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선, 강남 1위 점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롯데백화점은 최근 조직개편에 이어 강남 상권으로 부서 이전도 준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명동에 있는 MD(상품기획)본부를 5월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유오피스 '위워크'로 이전한다. 이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 △럭셔리·컨템포러리 디자이너(의류) △시계·주얼리 △남성 패션 △여성 패션 △액세서리 등 총 12개 팀의 약 230명의 직원이 근무지를 옮기게 된다.
이번 결정은 잠실점은 물론 럭셔리 브랜드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해외명품과 브랜드 파트너사 다수가 강남 상권에 있는 만큼 즉각적인 대응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롯데백화점의 핵심 사업부로 꼽히는 'MD본부'를 강남으로 보낸다는 전략이다.
또한, 강남 점포와도 가까워져 쉽게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MD본부가 근무할 위워크 건물은 롯데백화점의 강남점과 잠실점 사이에 위치해 각 점포 모두 자차 기준 1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잠실점의 MD 경쟁력을 끌어올려 강남 1등 점포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매출 1위 점포로, 연매출은 2조4000억 원 수준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의 매출 격차는 약 7000억 원 수준이다. 앞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는 다른, 고급스러움을 넘어선 세련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백화점을 강남에서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선제적으로 강남점 리뉴얼을 진행해 업계 최초로 중층 설계를 도입했고, 국내 최대 규모의 럭셔리 화장품 전문관을 개관한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명품 입점을 확대하며 '럭셔리화'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최초로 강남점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키즈 버전인 '베이비 디올'을 입점시켰다. 강남점은 몽클레르앙팡, 버버리 칠드런, 겐조키즈, 펜디 키즈,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봉통 등 주요 럭셔리 키즈 브랜드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타 점포와의 차별화를 위해 신규 입점을 통해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전 세계 최초로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필립플레인 골프 매장과 국내 최초의 아페쎄 골프 매장을 오픈했다. 골퍼 수요를 선점하는 동시에 럭셔리화에 나서는 점포 이미지에도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필립플레인은 반팔 티셔츠가 약 200만 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로, 일부 의류제품은 1000만 원대에 판매된다. 이에 골프 라인 역시 다수의 제품이 30만~200만 원대 제품으로 구성된다. 아페쎄 역시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제품 가격대는 30만~70만 원대다.
또한, '럭셔리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고야드, 구찌, 디올, 보테가 베네타, 샤넬, 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쇼케이스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첫 팝업 행사도 루이비통과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 명품 매출은 34.7% 신장했으며, 특히 2030세대 등 젊은 고객들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은 소비의 중심지"라며 "강남에서 매출 1위 점포를 누가 갖고 있는지는 백화점의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주요 상권을 잡아야 다른 점포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강남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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