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주요 유통업체도 역시 이달 말 주총을 개최한다. 이들은 올해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정관 변경을 시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유통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결정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롯데쇼핑,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이달 말 각각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각사별 주총 일정은 △롯데쇼핑 오는 23일 △신세계 오는 24일 △현대백화점 오는 28일 등이다.
우선, 신세계는 이날 정관 변경의 건을 포함한 5개 안건을 상정한다. 사업 목적으로 △부가통신사업 △인터넷 경매 및 상품중개업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광고업 △광고대행업 △기타광고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인터넷 컨텐츠개발 및 공급업 등이다. 신세계는 "신규 사업 계획에 따라 추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술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신세계는 미술품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올 초부터 사업 정관을 변경하고 미술업체 지분 인수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과반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는 서울옥션의 주식 85만6767주를 280억 원에 취득했고,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을 통해 '미술품의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국내 '아트슈머(art+consumer)'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미술품 시장이 커지자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실제 10월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에서 판매한 김창열 작가의 작품은 공개 1시간도 안 돼 판매를 완료했고, 판매가는 최고가(5500만 원)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열린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 2021' 행사는 올해 역대 최고 판매액과 관람객을 기록했고, 이건희컬렉션 전시회는 입장권을 예매하기 어려울 정도다.
롯데쇼핑 역시 정관 변경의 건을 포함한 5개 안건을 상정한다. 롯데쇼핑은 △주류소매업 △일반음식점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다. 와인 사업을 키우기 위한 결정으로, 롯데쇼핑은 2020년부터 '와인'을 마트사업부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당시 전담 조직인 '프로젝트W' 팀을 신설하고, 팀원 다수는 와인 전문 자격증인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를 소지한 전문가로 구성했다.
또한,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롯데마트 잠실점을 리뉴얼하면서 매장 1층 면적의 70%를 와인 전문숍 '보틀벙커'로 구성하기도 했다. 그 결과, 보틀벙커는 오픈 3일 만에 매출 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배 이상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고객의 연령대를 분석해보니 이례적으로 2030의 고객 비중이 53%를 차지하며 젊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와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와인 시음 등도 진행하는 만큼 신규 사업으로 주류소매업 등을 추가한다.
현대백화점도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의 건을 포함한 5개 안건을 다룬다. 다만, 현대백화점은 신세계, 롯데와는 달리 사업다각화가 아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이사회 내 위원회에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각 계열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경영의 중요한 축을 ESG로 설정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의 사업이 어떤 유익함을 더하고 어떤 해로움을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고, 진정성 있게 지속 추진해야 한다"며 "이게 ESG 경영의 본원적인 목표를 구현하는 길이다.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일상적인 혁신'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을 강화한 결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지역사회공헌 인정제' 인정기업으로 선정됐으며,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KCGS)이 실시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한섬·현대리바트·현대에버다임·현대바이오랜드 등 7개 평가 대상 상장 계열사가 모두 '통합 A' 등급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유통업계 모두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높이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산업 전체가 침체됐다. 모두가 지난 2년간 힘든 시기를 버텨온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에 나서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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