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경제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일성(一聲)에는 현 정부 5년 동한 숱하게 규제개혁을 부르짖었음에도 '허공에 메아리'만 들었던 경제계의 절실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자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냈다. 단체 이름이야 제각각이지만,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발맞춰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는 데 전력을 다 할 테니 부디 각종 규제 문턱을 낮춰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이들의 메시지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켰다.
대한항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여러 단체가 이 같은 호소를 하는 데는 현 정부가 그간 경제계를 대한 태도에 그 해답이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의는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지만, 반(反)기업 법안과 규제를 해소해 달라며 국회 문을 두드리고 읍소하는 역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메아리가 허공을 떠도는 사이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과 노동이사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제 등 매년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의 범위와 영향력은 커져만 갔다.
오죽하면 경제단체장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찾아 "경영계가 노동계 요구를 입법하기 위한 '들러리'라는 비판까지 나온다"라며 작심발언까지 했겠는가.
최근 대한상의가 국내 45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경제계의 바람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업들은 '법·제도 및 규제 개선'(40.0%)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과 투자'(34.2%)를 경제 회복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최우선 역할로 꼽았다. 경제정책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기업 네 곳 가운데 세 곳이 '시장·민간 중심의 성장 유도'(73.8%)를 선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 당선인이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경제 이슈와 관련해 선거기간 꺼낸 발언들이 상당 부분 경제계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새 정부를 향한 경제계의 시선이 '우려'보다 '기대' 쪽에 더 가까운 것도 당선인이 취해 온 스탠스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법과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 등 반기업 제도 관련 이슈에 관해 현행법과 규제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경제계가 경고한 대로 국내 경제는 내수부진과 저출산,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안팎으로 위험요소에 둘러싸여 있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디 새로 꾸려질 정부는 경제계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가장 손발이 잘 맞는 원팀을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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