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2018년부터 4년째 KGC인삼공사(인삼공사)를 이끌고 있는 김재수 대표가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홍삼부문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는 인삼공사 매출의 대부분이 홍삼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홍삼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고, 향후 출혈적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김재수 대표는 '비홍삼 건강기능식품'과 '뷰티(화장품)'를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정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성과가 나는 속도는 더디다. 비홍삼군 매출은 홍삼 사업의 8분의 1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다 매출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 김재수 KGC인삼공사 대표, 돌파구 마련 중…홍삼 시장은 '정체기'
홍삼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인삼공사가 새로운 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력 분야는 화장품, 비홍삼 건강기능식품 등이다.
인삼공사의 전략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안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홍삼 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섰다. 실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17년 4조1728억 원에서 지난해 5조454억 원으로 확대됐다. 4년 만에 20.9% 성장했다. 이 기간 원료별로는 △프로바이오틱스 △체지방감소제품 △콜라겐 △단백질보충제 △프로폴리스 등의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반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홍삼 시장 규모는 감소했다. 2017년 1조4476억 원에서 2018년 1조5093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2019년 다시 1조4397억 원으로 줄었다. 이후 2020년에는 1조4018억 원이 됐고, 지난해 홍삼 시장은 1조3808억 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홍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사업 다각화는 인삼공사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지난해 기준 인삼공사의 전체 매출에서 홍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8.6%에 달한다. 홍삼 사업이 인삼공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인 수준이다.
김재수 대표 역시 취임 당시 '사업 다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 신임 사장으로 선임될 당시 김 대표는 "KGC인삼공사를 홍삼전문기업을 넘어 명실공히 글로벌 종합 H&B(헬스·뷰티) 기업으로 도약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홍삼사업의 견조한 성장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견인하고, 홍삼 외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신사업을 활성화하겠다. 또한, 글로벌 히트제품과 전략제품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해외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삼공사는 지속적인 성장, 홍삼 사업 의존도 해소 등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 인삼공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종합 H&B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의 '비전 2025'를 제시했다.
◆ 수익성 개선은 '글쎄'…비홍삼 사업, 소비자 선택 받을 수 있을까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위한 인삼공사의 노력은 최근 일이 아니다. 인삼공사는 지난 2016년 KT&G의 화장품 계열사 'KGC라이프앤진' 주식 1818만 주(186억3900만 원)를 인수,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라이프앤진의 대표 뷰티 브랜드 '동인비'를 보유하게 됐고 2017년 10월 화장품 시장에 첫 진출했다.
라이프앤진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인삼공사의 '정관장 브랜드'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으로, 당시 인삼공사가 공략한 것은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이다. 홍삼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동인비의 경우 다수 제품이 10만~20만 원대 제품으로 구성됐고, 100만 원 이상의 초고가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종합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비홍삼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화장품을 론칭한 2017년에 굿베이스 비홍삼 소재와 알파프로젝트 라인업을 구축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고객 신뢰도가 높은 정관장이 비홍삼 건강기능식품 사업에서도 원료 선정부터 제조, 품질 인증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는 것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재수 대표는 홈페이지 CEO 인사말을 통해 "홍삼 외 건강식품 소재 다양화, 뷰티사업, 온라인 비즈니스 강화, 글로벌 사업의 확장 등 고객과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며 세계인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키는 '글로벌 종합 H&B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 더딘 신사업 성과…제자리걸음 하는 '비홍삼' 부문
그러나 인삼공사의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홍삼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비홍삼 사업의 실적은 저조한 상태다. 인삼공사 모회사인 KT&G가 발표한 지난해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인삼공사의 지난해 별도 매출은 1조2928억 원, 영업이익은 1168억 원을 기록했다.
인삼공사 매출은 △국내 1조1146억 원 △수출 1782억 원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매출 가운데 비홍삼 매출은 1276억 원에 그친다. 연간 수출 금액보다도 적은 수준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다.
심지어 매출 규모와 비중은 해마다 감소세다. 비홍삼 부문의 매출은 △2019년 1703억 원 △2020년 1384억 원 △2021년 1276억 원 등으로 줄었다. 평균치를 산정하면 매년 13% 감소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비홍삼 매출은 2018년(1310억 원)보다도 적은 수치다.
인삼공사는 매년 신사업 안정화를 경영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성과는 미비하다.
인삼공사는 2019년 경영목표를 제시할 당시 "안정적 사업확장과 신사업 기반 구축으로 글로벌 종합건강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에도 경영목표로 "일반건식과 화장품 사업 등을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으며, 2021년 경영목표를 밝힐 때도 "일반 건기식, 화장품 등 신사업에 지속 투자해 미래사업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올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삼공사는 최근 발표한 실적 자료에서 '2022년 경영 목표'를 공개하며 "비홍삼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명시했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가 있는 건 알지만 크게 영향력이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내부에선 나이지지 않아 상당히 답답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삼공사는 비홍삼 부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상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사업별 정확한 매출은 대외비로 공개가 어렵지만 지난해 화장품 사업은 전년 대비 135% 성장했다"며 "비홍삼 사업의 실적이 감소한 것은 시장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다. 제약사 등 타 산업분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 영향에 따른 소득 감소로 중저가 건기식 선호도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맞춤형 서비스와 연계한 일반 건기식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며 홍삼유산균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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