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민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주변국들의 셈법 역시 복잡해진 한 주였는데요. 양측 교전이 지속되자 전 세계에서 불안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상자산의 존재감이 커졌고요.
이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POSCO(포스코)가 지주회사 POSCO홀딩스로 전환을 선포하고 새로운 여정의 첫발을 뗐습니다. 그러나 '제2의 창업이 시작됐다'는 야심찬 포부가 무색하게 시작부터 여러 잡음이 일면서 최정우 POSCO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입니다.
유통업계에서는 개점 1주년을 맞은 '더현대 서울'의 매출 수치가 공개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더 현대 서울이 백화점의 경쟁력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잣대)라고 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에루샤' 없이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그럼 먼저 POSCO 관련 소식부터 살펴보시죠.
◆ POSCO 지주사 출범 시작부터 삐걱…최정우 리더십 시험대
-먼저 산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POSCO는 창립 54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최정우 회장은 "제2의 창업이 시작됐다"며 그룹 전반의 변화를 예고했다고 하네요.
-POSCO그룹 지주회사인 POSCO홀딩스는 지난 2일 서울 POSCO센터에서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열었습니다. 행사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것인데요. POSCO는 지난해부터 저탄소 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 기술 혁신 가속화, ESG 경영 강화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 아래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된다며 관련 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POSCO는 지주회사 체제 아래 철강업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신소재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업 가치를 3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방침입니다. 최정우 회장은 "오늘은 POSCO 역사에서 제2의 창업이 시작되는 날"이라며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POSCO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죠.
-그렇군요. POSCO의 야심 찬 포부와 달리 지주회사 체제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맞습니다. 이는 지주회사 POSCO홀딩스 출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당초 POSCO홀딩스는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했으나, 포항시와 지역사회, 정치권의 격렬한 반대 탓에 결국 내년 3월까지 포항으로 소재지를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소재지 이전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인데요. 소재지 이전에 대해 다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POSCO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죠. 재계는 주주들이 자회사 사업을 조율하고 신사업과 투자처를 발굴하는 지주회사가 서울이 아닌 포항에 설립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완전히 제자리를 찾은 것은 아아닌데요. '포항 이전' 합의만 했을 뿐 자세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폭발력이 큰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있습니다. POSCO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최근 "POSCO 지주회사의 주소뿐만 아니라 인력과 조직도 함께 내려와야 한다"면서 "앞으로 합의 내용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지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회사 측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는 게 생생한 증거겠죠.
◆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 바뀌는 관행 굳어져
- 일각에서 POSCO가 곧 정치 외풍에 시달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0년까지 공기업이었던 POSCO는 민영화 이후에도 '주인 없는 회사'인 탓에 정치 외풍에 많이 시달렸습니다. 이번 POSCO홀딩스 서울 설립을 정치권에서 반대하자 결국 포항 이전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향후 포항 이전 과정에서 재차 갈등이 불거져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이어 정치권이 개입한다면 또 한 번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전임 회장들의 '공통분모'로 퇴진 사례가 회자된다면서요.
-POSCO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 경영자가 바뀌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게 '사실'입니다. 역대 POSCO 회장 모두 정권과 불화로 임기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전임 회장들 사임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 시기가 묘하게도 정권 교체와 맞물려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대목이죠. 정부가 POSCO최고경영자를 사퇴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공교롭게 며칠 후 새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여야 후보 누가 당선되든 정권이 바뀌는 셈이죠.
-대선 국면과 맞물려 정치권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 POSCO가 여러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최정우 회장의 리더십이 진짜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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