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대러 수출 통제 FDPR 면제…경제계 "최악은 면했다"


"위안 수준…기업들 불안감 여전하다" 의견도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내놓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수출 통제 적용 조치에 대해 한국을 면제하기로 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 정부의 대(對)러시아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수출 통제 규제 면제대상국에 포함되면서 경제계에서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는 안도감 섞인 반응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의 잇단 '러시아 보이콧' 선언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안심할 수는 없지만, 급한 불 끄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 달립 싱 백악관 NEC·NSC 부보좌관 등 미국 정부 고위인사와 면담을 갖고, 한국을 러시아 수출 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미국이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반도체·정보통신 등 7개 분야 관련 기술로 만든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본과 영국 등 32개국을 FDPR 적용에서 면제시켰지만, 한국을 포함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 미국의 FDPR 면제 결정으로 인해 한국은 국제 사회와 유사한 수준의 수출 통제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반도체, 완성차 등의 수출 타격을 우려했던 국내 기업들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번 양국 간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동시에, 강화된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수출 통제 조치의 상세 내용에 대해 정부 주최 기업 설명회 등을 통해 기업들에 조속히 안내할 예정이다.

FDPR 면제 국가에 한국을 포함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경제계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더팩트 DB

경제계에서도 FDPR 면제 국가에 한국을 포함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불확실성 측면에서 우려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 조용석 현장정책실장은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기업들이 대응하기보단,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FDPR 포함 기업들의 수출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를 향한 경제 제재가 더욱더 거세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번 면제대상국 포함과 별개로 기업들의 불안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 문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사업적 영향은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들은 현지 사업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금결제 부분에서도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무역협회가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을 가동해 223개사를 대상으로 총 302건의 기업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대금결제 170건(56.2%), 물류 94건(31.1%), 정보 부족 애로 25건(8.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주요 대기업의 경우에는 '러시아 보이콧'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국제사회 비판 여론을 고려해 애플, 폭스바겐, 볼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선이 국내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현지 사업장을 운영하는 등 투자액이 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쉽사리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FDPR 면제대상국 포함은 위안이 되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의 복합적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현장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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