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한 개 모델 판매량도 못 미친 '르쌍쉐'


2월 내수 시장 현대차·기아 점유율 '90%'…업계 "쏠림 더 심해질 것"

외국계 완성차 제조사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 3사가 지난 2월 내수 시장에서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단일 모델 판매량 4655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제네시스 G80,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QM6,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위쪽부터 시계방향) /각사 제공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 내 '현대자동차(현대차)·기아 쏠림 현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국내 완성차 5개사에서 판매한 자동차 10대 중 9대는 현대차 또는 기아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현대차(현대차)와 기아, 외국계 3사인 쌍용자동차(쌍용차),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 한국지엠이 발표한 지난달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들 5개사는 국내 시장에서 모두 10만3274대를 판매했다.

업체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먼저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1.7% 늘어난 5만3010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같은 기간 5.2% 증가한 3만9560대를 팔았다. 양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을 더하면 모두 9만2570대로 5개사 전체 판매량의 89.6%에 달한다.

반면,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 3사 가운데 지난달 내수 시장 판매량이 5000대를 넘어선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쌍용차가 454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이어 르노삼성 3718대, 한국지엠이 2446대로 뒤를 이었다. 이들 모두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단일 모델 판매량(4655대)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차종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쌍용차 전 라인업 가운데 전월 내수시장에서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선 모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1085대)와 픽업 '렉스턴 스포츠'(2565대) 두 모델뿐이다. 르노삼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형 SUV 'QM6'(2142대)와 소형 모델 'XM3'(1062대)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300대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승용부터 레저용 차량(RV), 상용 부문 통틀어 월판매량 1000대가 넘은 모델은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1041대)가 유일하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시장 내 '메이저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전반으로 전동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브랜드까지 다양한 신차를 앞세워 공세에 나서고 있어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 라인업이 부족한 외국계 3사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와 볼트 EUV, 쌍용차의 코란도 이모션, 르노 조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모습. /각사 제공

실제로 현대차의 경우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지난달 3995대가 팔리며 전기차 실적을 견인했고, 제네시스도 대형세단 'G80'과 중형 SUV 'GV70' 전동화 모델은 물론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GV60'을 출시하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아 역시 전용 전기차 'EV6'에 이어 지난 1월 친환경 SUV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를 출시하며 친환경 라인업을 넓혔다. 지난달 현대차그룹 3개 브랜드에서 기록한 전기차 판매량만 1만 대를 넘어선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이날 진행한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오는 2030년까지 현대차 11개, 제네시스 6개 등 모두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달리 쌍용차의 경우 준중형 SUV '코란도' 기반의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지난달 출시했지만, 한 세대 전 모델 기반의 전기차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르노삼성은 '조에'를 판매하고 있지만, 전기차 보조금 100% 지원에도 지난달 127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한국지엠은 배터리 화재 이슈가 불거졌던 쉐보레 '볼트 EV'와 전기 SUV '볼트 SUV' 생산 재개에 나섰지만, 앞서 '볼트 EV'의 부진한 판매량을 고려하면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은 특정 제조사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외국계 3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만한, 소비 트렌드에 맞춘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볼보, 미니 등 다수 수입차 브랜드까지 다양한 라인업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외국계 3사는 너무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발 빠른 전동화 전환, 경쟁력을 갖춘 신차 출시 전략을 내놓지 못한다면,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 3사 모두 내수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에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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