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다수 악재를 맞닥뜨린 삼표그룹을 두고 삼표시멘트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이 쉬이 잠재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사망사고와 공장 이전 문제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투자자들의 우려감을 드높이고 있다. 제품 단가 상승은 단기적 호재일 뿐, 일각에서는 이제 남은 주가 부양책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새어 나온다.
지난달 28일 삼표시멘트는 전 거래일 대비 1.19%(55원) 상승한 4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4905원까지 상승했으나 이내 오름폭을 줄이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주가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경우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난 1월 6000원 대를 호가한 것과 견주면 주가 부양이 뒤따라줘야 한다는 견해다. 최근 온라인 종목토론실 등에는 "57층(5700원) 사람인데 버텨도 될까요", "업종이 다같이 올라야 신뢰도가 있는데, 타 시멘트주들이 아직 하락 추세라 조심스럽다"는 등 토로가 상당수다.
◆ 삼표, 중대재해법 1호 처벌 대상 되나
삼표는 안전사고를 비롯한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부터 삼표산업 본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1월 27일)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석재 채취작업 중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처다. 삼표산업에서는 이미 지난해 6월 16일 포천사업소(사망 1명), 같은 해 9월 27일 성수공장(사망 1명) 등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
업계에서는 삼표가 중대재해법 1호 수사 대상에 이어 1호 처벌 대상에도 오를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수사 및 재판 결과가 앞으로 다른 중대재해법 판례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삼표는 로펌 김앤장과 광장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죄 판결이 나면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만큼 치열한 법리 다툼도 예상된다.
◆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 이전 '안갯속'
삼표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 이전이라는 케케 묵은 과제도 들고 있다. 삼표산업과 현대제철(임대), 서울시, 성동구 등은 지난 2017년 10월 18일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협약'을 체결, 오는 2022년 6월까지 공장을 이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레미콘 공장이 한강과 주거지 등에 인접해 수질·대기 오염 등 환경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 탓이다.
하지만 대체용지 마련, 보상안 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삼표산업 공장 부지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성수동1가 일대 주차장 매각 절차까지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가 자체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한 물리적으로 오는 6월 말로 다가온 공장 이전 기한을 맞추지 못한다. 삼표 입장에서는 비난 여론을 감수하더라도 버티기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는 상황이다.
◆ 유연탄 가격 고공행진…가격 인상안 수용 '미지수'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삼표 측에 짐을 보태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톤당 190.25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19.8% 올랐고, 지난해 평균보다 66.6% 뛴 수준이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수입을 러시아에 76%가량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 그 파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통상 시멘트 1톤 제조에 유연탄 0.1톤가량이 소요되고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이에 시멘트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을 지속해 요구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 1월 유연탄과 요소수 등의 원자재 가격 인상을 고려해 2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가량 올려줄 것을 레미콘사 등에 통보했다. 다만, 레미콘 및 건설 업계에서 인상안을 계속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각종 사고로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시멘트뿐 아니라 철근, 철골, 마루판, 석고보드 등 거의 모든 건축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부로 인상된 단가가 반영돼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인상 요구가 추가적으로 이어진다며 건설 업계 등에서도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GBC 짓는 현대가(家), 사돈관계 특수 작용할까
한편에서는 현재로서 삼표가 믿을 구석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 중인 통합 신사옥 GBC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GBC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구(舊) 한국전력 부지에 공사 중인 마천루로, 건축 자재업계의 큰 관심을 받는 곳이다. 삼표그룹이 현대차그룹과의 사돈관계인 점을 피력한다면 특수를 누릴 수도 있지 않냐는 분석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같은 경복고 출신이자 사돈지간이다.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도원 회장 장녀 정지선 씨는 부부다.
삼표에 공장 부지를 임대해 온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 입장에서 봐도 특수는 점쳐볼 만한 대목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역 민원 등을 이유로 서울시에 협력하고 있지만 삼표 측에 대한 피해보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와 삼표 측에서는 GBC 협력업체 등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GBC는 모든 레미콘 업계가 달라 붙어서 예의주시하는 곳이다. 특정 업체가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한편, 삼표의 최대주주는 지분 65.99%를 갖고 있는 정도원 회장이다. 삼표는 종속기업인 삼표산업 지분 98.25%, 삼표피앤씨 지분 65.22%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표시멘트와 그 종속기업의 주식 54.96%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