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국내 1위 패션플랫폼 '무신사'와 네이버 손자회사이자 리셀 1위 플랫폼 '크림'이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4만8000원짜리 티셔츠'의 진품 여부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을 최초 판매한 무신사에서는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크림은 재판매 과정에서 가품이라고 판단했다. 양사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 무신사·네이버 크림, '짝퉁 논란' 두고 입장 팽팽…평행선 달리는 플랫폼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의 대립은 미국의 럭셔리 스트릿 패션 브랜드 '피어 오브 갓' 세컨드 라인 '에센셜'의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로 시작됐다. 발매 당시 브랜드에서 책정한 판매가는 40달러(약 4만8000원)지만 높은 인기로 국내에서는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무신사 역시 10만 원대에 해당 제품을 판매했다.
문제는 고객이 해당 제품을 크림에서 재판매하면서 발생했다. 크림 측에서 지난달 고객이 등록한 제품을 가품이라고 단정 짓고, 거래 주의에 대한 공지사항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당시 크림은 "최근 에센셜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 화이트 상품 관련 다수의 가품이 확인되고 있어 판매 등록에 앞서 주의가 필요하다"며 다수의 가품 이미지를 공개했다.
당시 크림에서 가품의 예시 사진으로 무신사의 브랜드 태그가 달린 제품을 사용했고, 이에 무신사에서 가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무신사에 대한 해명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무신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조하며, 네이버 크림의 행보가 '고의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무신사는 22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네이버의 리셀 서비스 자회사 ‘크림 주식회사’ 측의 주장은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억측에 불과하며 무신사는 에센셜 브랜드의 100% 정품만을 취급한다"며 "무신사 부티크는 브랜드 본사가 유통하는 글로벌 편집숍에서 직매입한 100% 정품만을 취급한다. 최근 무신사 부티크에서 판매한 에센셜 상품 또한 브랜드의 공식 유통처에서 확보한 100% 정품"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크림 측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다시 한번 공지를 게재했다. 심지어 에센셜 가품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고객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인 무상 검수 서비스까지 지원한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크림은 "최근 에센셜 티셔츠에 대한 공지를 통해 거래 주의를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가품이 지속적으로 크림에 접수되고 있다"며 "최근 해당 제품에 대한 가품이 증가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라인에서 동일한 상품을 구매하신 분 가운데 가품이 의심되는 분들은 크림 거래여부와 관계없이 무상 검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니 고객센터로 연락해달라"고 전했다.
◆ 결론 나면 어디든 '치명타'…무신사·네이버 크림,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
양측은 엇갈린 입장을 되풀이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무신사에서는 진품을 판매했다는 입장이며, 네이버 크림 측에서는 가품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론에 따라 플랫폼 입장에서는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명품·럭셔리 판매(리셀) 사업 자체가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양사 모두 이번 논란에 대해 한발도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가입자 수만 900만 명을 넘는 초대형 플랫폼이다. 패션 플랫폼 사상 최초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90% 이상 성장한 2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거래액 2조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신사가 가품을 판매했다는 게 기정사실화될 경우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무신사 측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무신사는 "에센셜 공식 판매처인 팍선 및 국내외 검증 전문기관에 정품 여부를 의뢰해 해당 제품을 공급받고 검수하는 작업이 담긴 CCTV 영상 원본을 모두 재확인하는 등 유통 경로까지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무신사 부티크에 제품을 공급한 팍선 측에서 '무신사가 확보한 에센셜 제품은 100% 정품이 맞으며 상품 별로 개체 차이가 존재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고 언급했다.
네이버 크림 역시 '진품을 선별하는 전문성'을 앞세워 리셀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계획이다. 2020년 3월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분사된 별도 법인으로, 네이버의 손자회사에 해당한다. 한정판 제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서비스 시작 약 1년 6개월 만에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서 점유율 1위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크림의 서비스는 이용자 편의성과 거래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거래 전에 사이즈 별 입찰가 등 시세정보를 한 눈에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품질을 보증할 전문 검수팀을 운영해 안전 거래 장치를 확보했다. 거래 체결 후 판매자가 상품을 검수센터로 보내면, 박스·상품태그·오염·가품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합격 상품만을 구매자에게 배송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가품으로 판정된다면 피해자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구매자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게 크림의 핵심 사업 전략이기도 하다.
◆ 무신사 "소송 불사" vs 네이버 "제소해…결과 가려보자"
다만, 패션업계 일각에서는 무신사가 브랜드와 직접 체결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아니기에 가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와 직접 체결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도 의혹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무신사의 경우 공식 유통처라고 하지만 브랜드와의 직접 거래가 아닌 벤더를 통하는 과정이 있기에 벤더에 대한 신뢰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무신사 관계자는 "직매입 방식으로 피어오브갓 에센셜 브랜드 제품을 고객에 판매하고 있으며, 브랜드의 공식 유통처에서 확보한 100% 정품"이라며 "이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우리 측 전문가들이 제품에 대해 면밀히 따지고, 꼼꼼히 확인한다. 다만, 한정 수량 제품의 물량 확보에 대한 것은 영업기밀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혹이 짙어지자 무신사는 가품 의혹을 벗기 위해 네이버 크림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민형소송 등까지 검토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제품 유통 과정에 권리가 없는 중개 업체에서 자의적 기준에 근거해 검수를 진행하는 것은 브랜드의 공식적인 정품 인증 단계와 엄연히 다르며 공신력이 없다"며 "네이버 크림은 생산 지역, 작업자의 역량, 유통 환경 등의 다수 요인에 의해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공산품의 개체 차이임를 인정하지 않고, 자의적이며 일방적으로 타사 제품을 가품으로 단정지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네이버 측은 오히려 제소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법정에서 진품 여부를 가리는 게 고객에도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이며, 이를 통해 크림 측 주장을 확실하게 증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무신사 정품 주장은 주장일 뿐, 법적대응 과정 속에서 진품 여부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크림은 앞으로도 사용자에게 신뢰받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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