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심지어 짧은 시간 내에는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지난 2년간 체질 개선을 진행했고 올해도 실적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유통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탓에 성과를 내는 데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전날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다.
이들은 롯데쇼핑의 실적 악화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로 꼽았다. 한기평은 "예상을 하회하는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백화점의 실적이 개선되고 할인점·슈퍼의 영업효율성 개선으로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2019년 7.9%를 기록했던 에비타(상각전 영업이익)/총매출액이 지난해 6.5%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시적 요인을 제거하더라도 영업수익성 저하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오프라인 유통업황 부진 등으로 연결기준 당기순손실도 발생하고 있다. 부진한 사업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신평 역시 "등급전망 변경의 주된 사유는 사업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이 약화됐고,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부담이 과중하며, 향후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의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2020년과 2021년 저조한 영업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이후 실적회복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중장기적인 펀더멘털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다. 그동안 외형보다는 비용 감소, 구조조정에 집중한 만큼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온라인 시장잠식을 방어하기 위한 판촉과 투자부담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롯데쇼핑의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하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변경했다.
롯데쇼핑은 2020년부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2020년에는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을 시행해 최근까지 전국 12개 매장을 폐점했고, 지난해에는 창사 23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마트 기준 상반기에는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결과 77명의 퇴직자가 발생했으며, 하반기에는 8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해 130여 명의 퇴직자가 나왔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대상자 가운데 25%(545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당시 롯데쇼핑의 연간 기준 매출은 17조6328억 원, 영업이익은 4279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매출 15조5812억 원, 영업이익은 2156억 원으로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63%, 49.61% 줄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 년의 실적은 경쟁사 대비 가장 열위에 있던 언더독이 분명하다"며 "이 같은 상황에 반전 가능성이 기대되는데, 기존 열위에 있던 백화점 기존점성장률은 경쟁사를 뛰어넘거나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명품 MD 강화와 중소형점 리뉴얼 등 브랜드 이미지 강화 전략이 통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리뉴얼 점포와 창고형 할인점의 초기 성과가 훌륭하다. 롯데쇼핑에 대해 기대를 걸어볼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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