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민주 기자] '광주 붕괴' 아파트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따른 '아이파크 보이콧'이 확산을 막고, 신규 수주를 따내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출혈 수주' 전략이 오히려 회사 재무 건전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로 예정된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다.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일대에 위치한 주거지역 개발사업이다. 정비구역 면적은 4만3688㎡이며 기존 7개 동, 864가구에서 지하 4층~지상 25층, 1070가구 규모로 개발될 예정이다. 공사비는 2826억 원 수준이다.
월계 동신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열린 1차 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지만, 2차 입찰에 코오롱글로벌이 참여했다.
2파전 구도가 형성되자 HDC현대산업개발은 수주를 위해 파격적 조건을 앞세웠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사 역점 사업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지와의 시너지를 위해 이 사업장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에 미분양 시 공사 대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와 상가로 받는 대물변제 100%와 사업촉진비 4500억 원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일반 분양가 일대 최고 수준 △조합원 분양가 인하 △물가상승, 난공 상황에서도 공사비 미인상 △하자보수 기간 30년으로 연장 등을 제안했다.
설계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건축디자인 업체 SMDP와 협력해 명품 설계를 적용하고 브릿지 2개소를 설치해 광운대 역세권과 연결하겠다고 했다.
파격적 조건을 제시한 배경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막고 신규 수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외벽 붕괴 사고로 일명 '아이파크 보이콧'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과 더불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 입찰 참여를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출혈 수주'가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일에도 파격적 조건을 앞세워 경기 안양시 평촌동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 측에 △사업추진비 세대당 7000만 원 △안양 시세 평당 4800만 원 기준 일반분양가 100% 반영 △SPC 2조 원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악화한 실적 역시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63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04억 원으로 43.6%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외벽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목적물 손상으로 인한 손실이 2021년 시공범위에 포함되면서 영업 외 손실 비용이 반영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4분기 영업이익은 408억 원으로 전년 동기(1684억 원) 대비 75.8%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붕괴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 전망을 하향하고 유동성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으로 지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내년까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훼손되고, 채무 상환 목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존에 지급해온 주당 600원의 배당 또한 불투명해져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유동성 우려와 관련해 "보유현금과 지주사를 포함한 보유자산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관련 내용을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도래하는 유동화 증권의 상당 부분은 사업장 추진에 따른 현금흐름으로 상당 부분 상환되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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