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여의도 영토 확장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다. IFC 인수 1차 본입찰에 이어 2차까지 참여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4조 원가량을 M&A(인수합병)에 쏟아부은 만큼 올해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 관측했으나 예상을 깨고 올초부터 M&A 판에 뛰어든 모습이다. 여의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거점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종합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IFC 관련 인수전 2차 본입찰에 참여했다. 오피스 건물 3개동과 IFC몰, 콘래드호텔 등이 그 대상이다.
2차 본입찰에는 신세계프라퍼티 측을 포함해 마스턴투자운용과 ARA코리아 등 6개 업체가 참여했다. 앞서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1차 본입찰에도 참여하며 IFC 인수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1차 입찰 당시 최고 인수가는 4조3000억 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예상가를 3조 원대로 전망했으나 입찰 참여사들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금액을 써냈다. 이에 2차 본입찰에서도 4조 원 이상의 인수가가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4조 원 규모의 M&A를 진행한 만큼 자금 여력이 없어 2차 본입찰에서는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 W컨셉 등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M&A를 진행했고, 연간 투자 규모는 4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신세계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게 중요하다"며 "랜드마크 백화점을 세우고 스타필드를 선보이는 등 신세계그룹이 진행한 모든 사업의 이유는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는 회사가 되기 위함이었다. 온·오프 구분 없이 고객이 우리의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유일한 명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여의도 IFC를 스타필드로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IFC 주변에 이마트 여의도점,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 영업장은 있으나 도심형 복합쇼핑몰로 분류되는 '스타필드'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는 스타필드 시티 부천점이 있으나 IFC몰에서 약 15km 떨어져 있어 경쟁에 어려움이 있다.
IFC 인근 현대백화점그룹의 백화점 '더현대 서울'과의 경쟁에도 스타필드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으로 분류되나 복합쇼핑몰에 더 가까운 형태다. 지난해 2월 오픈 당시에도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의 경계를 허문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신세계가 IFC 인수에 성공한다면 2008년 이마트 여의도점 오픈 이후 약 14년 만에 여의도 내 신규 점포를 오픈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자체가 이 매물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나타내는 부분"이라며 "신세계가 IFC를 확보하게 된다면 스타필드가 들어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스타필드는 신세계만의 경쟁력이 있는 사업 모델이고, 더현대 서울과도 경쟁하기 적합하다. 여의도에 스타필드가 들어선다면 지금의 유통판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