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박희준 기자]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가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월에 긴급 회의를 소집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하나금융투자의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투 전규연 연구원은 14일 '치속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내다봤다.
예상치를 웃돈 미국 소비자물가 발표에 이어 Fed 내 매파로 통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인터뷰에서 올해 7월까지 100bp(bp=0.01%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면서 Fed의 긴급 회의 소집 가능성이 부각됐다. 미국이 조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 만큼 Fed의 2월 긴급회의 소집은 금융투자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했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0.6% 상승했는데, 식료품과 에너지, 중고차 부문 등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전월비 기여도는 식료품과 렌트비가 각각 0.12%포인트, 중고차가 0.06%포인트가량 기여했고, 에너지 부문 기여도는 0.07%포인트 정도로 여전히 높았지만, 지난 해에 비해 기여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규연 연구원은 "과거와 다른 점은 더 이상 공급망 이슈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 기존에는 수급 불균형으로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난 반면, 최근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는 품목들이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년대비 6%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서비스 물가의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전 연구원은 "항간에 루머로 돈 2월14일 회의는 Fed이사회에서 정기로 열리는 회의인 만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는 무관하다"면서 "물가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높아진 만큼 긴급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급작스러운 FOMC 회의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처럼 경제 충격이 나타나서 금리를 긴급하게 인하해야 할 때 열릴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은 그 정도로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리인상을 위한 Fed의 전제 조건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는 순자산매입이 종료된 이후에 금리를 인상 할 것이라고 했다. "전 연구원은 "그렇다면 긴급 회의를 열더라도 금리 인상이 아닌 테이퍼링(단계별 자산매입 축소) 종료 가 먼저 발표돼야 할 것"이라면서 "순자산매입은 계획대로라면 3월 초에 종료될 예정인데,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이후에도 뉴욕연방준비은행은 2~3월에 걸친 마지막 QE(통화완화) 스케줄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 연구원은 "당장 QE를 끝내겠다는 스탠스는 아직까지 확인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전 연구원은 그러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명목 소비와 실질 소비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과 소비 여건에 부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1월 시간당 평균 임금이 전년대비 5.7% 상승하는 등 임금 상승 압력도 높아져 임금 상승이 물가에 전가되며 임금-물가의 악순환이 전개 수 있다는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전규따연 구원은 "따라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일이 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우선 순위가 될 것으로 보이며, Fed의 통화긴축 속도는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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