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문수연 기자] 서희건설의 오너 2세 경영 참여가 본격화됐지만 신규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창업주 이봉관(77) 서희건설 회장은 슬하에 장녀 이은희(49) 부사장, 차녀 이성희(47) 전무, 삼녀 이도희(40) 기획실장 등 세 딸을 둔 가운데 첫째와 둘째가 편의점 사업에 나서며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진출 6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매장 수마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편의점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견건설사인 서희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을 제치고 23위을 기록했다. 주력사업인 지역주택조합 사업 외에도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운영권을 따내는 등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만 신규사업은 수년째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희건설의 대표적인 신규사업에는 독립형 편의점 '로그인'이 있다. 서희건설과 계열사 유성티엔에스의 종속회사인 애플디아이는 지난 2015년 로그인을 인수했다. 대주주는 이 회장의 장녀 이은희 부사장과 차녀 이성희 전무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부사장과 이 전무가 신규사업에 도전한 데는 본격화된 승계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딸은 서희건설의 구매 분야와 재무 분야를 담당하며 후계를 위한 경영수업을 일찌감치 받아왔다. 하지만 건설 외 신규사업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회장님'의 두 딸은 신규사업으로 편의점 사업을 낙점하고 지난 2016년 9월 로그인 96개 점포를 인수하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로그인을 인수한 애플디아이는 이 부사장과 이 전무가 각각 90%, 10%의 지분을 출자해 대주주로 참여한 회사다.
로그인은 '독립형 편의점'으로, 기존 편의점과 달리 가맹점주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물류와 유통망은 대기업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되 점주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형태다.
인수 당시 서희그룹은 "일부 전문가들은 편의점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야심 차게 도전장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 6년째를 맞은 로그인의 성장세는 꺾인 분위기다. 로그인 가맹점 수는 인수 10개월 만에 96개에서 160개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8년 99개, 2019년 78개를 기록했으며 올해 1월 기준 가맹점 수는 71개에 그쳤다.
현재 직영점은 2곳을 운영 중이다. 서희건설 서초 사옥 1층에 차린 매장은 직원 푼돈까지 챙긴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복지 차원으로 직원들에게 간식비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액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8년 86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9년 25억 원, 2020년 12억 원으로 급감했다.
로그인의 브랜드평판지수도 부진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편의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올해 2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로그인은 11위에 머물렀다. 포시즌마트(에프에스로지스틱), 365플러스(홈플러스), 베스트올(현대씨에스엔)보다도 낮은 순위였다.
로그인의 부진으로 애플디아이의 실적 또한 감소세를 보였다. 애플디아이의 매출액은 2016년 145억 원에서 2017년 146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2018년 8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애플디아이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서희건설은 편의점 외에도 서초 사옥에 '카페3'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서희건설이 카페 사업을 확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희건설 관계자의 답변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4만8000개로 1070명당 1개의 인구 대비 점포 밀도를 기록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편의점 위치 간 거리 규정을 두면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미 매장 수 감소세가 크고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로그인이 신규 출점까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부진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 로그'인' 성적표는 비관적이다"면서 "결과적으로 '아웃'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