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상반기 기대작 '갤럭시S22' 시리즈가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의 주요 특징을 소개하면서 역대 최고 성능을 갖췄다는 점과 함께 시리즈 처음으로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지속해서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핵심 제품군을 전격 공개하며 친환경 비전을 적극 설명한 건 눈길을 끄는 대목이라고 평가한다. 사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친환경 소재 적용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고 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외 다른 기업들도 친환경 제품군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추세다. 경제계 주요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연관성이 큰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0일 신제품 공개 행사인 '갤럭시 언팩 2022'를 온라인으로 열고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2'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갤럭시S22' △'갤럭시S22플러스' △'갤럭시S22울트라'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카메라 성능을 키웠으며, '갤럭시S22울트라'의 경우 S펜을 내장, '갤럭시노트' 콘셉트를 계승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역대 가장 친환경적인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에 해양 폐기물인 폐어망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폐어망은 수명이 다한 어망이나 버려진 어망으로, 해양 생물뿐 아니라 천연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활용 소재와 관련한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해양 환경 내 가장 큰 위협으로 판단, 그중 하나인 폐어망에 주목했다.
전자 제품,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주요 제품군에 이러한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 건 드문 일이다. 재활용 소재는 이미 한 번 사용된 이력이 있어 내구성이 떨어지는 등 고유 특성을 살리기 어렵다고 평가된다. 특히 '갤럭시' 기기는 방수방진을 포함해 가혹한 기상 조건에도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재료로 만들어진다. 이에 삼성전자는 전문가와 협업, 폐어망을 분리·절단·청소·압출해 폴리아미드 수지 펠렛으로 변환하고 '갤럭시' 기기에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일반 플라스틱의 품질과 99% 유사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20% 정도 사용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갤럭시S22' 시리즈 스마트폰 내부의 키 브래킷 부품과 '갤럭시S22울트라' S펜 내부에 적용했다. 키 브래킷은 볼륨과 전원 키의 안정적인 반복 사용에 필요한 지지대 역할을 한다.
또한, 스피커 모듈과 전원·볼륨 키 내부에는 PCM(포스트 컨슈머 머티리얼)을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제품 포장재를 100% 재활용 용지로 만들었으며, 모든 '갤럭시S22' 시리즈 케이스에도 PCM, 바이오 기반 물질 등 국제 안전 인증기관인 UL이 인증한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
업계는 이러한 삼성전자의 행보를 놓고 '지구를 위한 갤럭시' 비전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더 나은 '갤럭시' 생태계를 위한 MX(모바일경험)사업의 환경 지속 가능 비전인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발표한 바 있다. 비전에는 △모든 '갤럭시' 신제품 재활용 소재 적용 △재품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소재 제거 △모든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 전력 제로화 △전 세계 MX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매립 폐기물 제로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뿐 아니라 전체 제품 라인업으로 친환경 소재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에만 약 50톤 이상의 폐어망을 재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갤럭시S22' 시리즈를 통해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제품 개발·출시 움직임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LG전자도 사운드바 모든 제품 본체에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채택하는 등 친환경 제품군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를 주도하며 업계 기준을 세우는 삼성전자의 친환경 행보가 빨라지면, 다른 기업들도 이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에서는 이미 친환경 제품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착한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벨 제품이 당연시되고 있는 유통 업계를 비롯해 대체육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식품 업계, 친환경 원료 제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 등 대부분 업종에서 환경적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트렌드 반영이 빠른 패션 업계는 일찍이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서는 섬유 소재 사업을 벌이고 있는 효성이 무신사, 플리츠마마, 닥스셔츠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늘리며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효성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 리젠을 개발했으며,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폐어망 문제에 주목, 이를 재활용해 친환경 섬유로 만드는 시스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환경 관련 투자와 친환경 제품 출시를 늘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읽힌다. ESG가 기업 생존을 좌우할 경영 평가의 기초가 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지속 가능성'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총수들도 친환경 경영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그룹 차원의 환경 비전을 발표한 것은 물론, 올해 총수 신년사에서는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빠짐 없이 등장했다. 친환경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재계 총수들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SG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SNS에서 대체육 제품을 직접 홍보했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배상민 롯데디자인경영센터장의 SNS 사진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9만 원대 운동화를 평소 즐겨 신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