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한예주 기자]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통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UAM은 초저지연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통신사들이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통신사들은 본연의 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한편, '탈(脫)통신' 기조를 이어갈 기회로 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 글로벌 UAM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어택시', '드론택시', '플라잉카' 등 소형 항공기를 활용하는 UAM은 미래 교통서비스로, 기존 헬기보다 약간 높은 300~600m 고도에 전용 하늘길을 만들어 비행한다. 도심 교통 체증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승용차로 1시간 소요될 거리를 단 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지상교통의 혼잡을 줄이는 것은 물론 교통체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UAM 기체 생산과 테스트 시설까지 모두 확보한 세계 유일 기업으로 꼽힌다. SK텔레콤과 조비 에비에이션은 UAM 사업 관련 정기 협의체를 결성하고, 기체·서비스 플랫폼(MaaS) 등 전 분야에 걸친 상호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통신·자율주행·정밀위치확인 분야 전문성과 조비 에비에이션의 UAM 기체 제조력을 결합해 2025년까지 UAM 상용화 목표도 달성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최근 UAM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향후 10년의 미래 주요 사업모델 중 하나로 UAM을 꼽고, CEO 직속 UAM 사업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일찌감치 UAM 관련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사내에서 기술·인프라, 전략, 사업개발,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주요 임원이 해당 TF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열린 'CES 2022'에서도 유 대표는 UAM 관련 언급을 이어갔다. 그는 '커넥티브 인텔리전스(연결 지성)'를 키워드로 내세운 뒤 "스마트폰 속 아이버스에서 하늘을 나는 차, 운전자가 필요없는 차,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 등 새로운 기기가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역량을 2025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UAM 시장을 선점하겠단 구상이다. SK텔레콤은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교통연구원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UAM 예약과 탑승, 지상과 비행체 통신, 내부 인포테인먼트, 지상교통과 UAM 이용 연계 플랫폼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 역시 UAM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는 지난해부터 현대차 등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민관 합동 실증 사업인 'K-UAM 그랜드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컨소시엄 운영사들은 △UAM 생태계 구축 및 사회적 수용성 증대 활동 협력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 수행 △5사 UAM 사업 협력 로드맵 공동 추진 및 실증사업 협력 △K-UAM 로드맵 및 UAM Team Korea 활동 공동 수행 등에 상호 협력하는 중이다.
특히, K-드론시스템(UTM)을 공항의 관제시스템과 연계한 기술을 처음으로 시연하기도 했다. K-드론시스템은 상공에 뜬 드론의 비행상황을 살피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교통관리 시스템이다. SK텔레콤이 UAM 사업에서 맡은 역할과 같다.
KT 관계자는 "국내 UAM의 성공적 실현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UAM 산업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단연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세계 UAM 시장은 매년 3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0년 90억 달러 수준이었던 UAM 시장이 오는 2040년 1조473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적인 UAM 구현을 위해서는 '관제와 통신'이 밑바탕 돼야 하는데, 이런 노하우를 갖춘 곳이 통신사라는 점도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기체가 안전하게 비행하기 위해선 다른 비행체의 움직임이나 기상정보, 위치 등 여러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시스템이 통신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UAM 산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실증사업을 시작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본격적인 상용화 목표는 2030년으로 UAM 노선을 2030년 10개, 2035년 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9년부터 국토교통부 내 UAM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국토부 주관의 UAM 민관협의체(UAM 팀코리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모두 팀코리아에 포함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탈통신'을 추구하는 국내 통신사들은 통신망을 최대한 많은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UAM 사업은 그 중 하나로, 특히 국토부가 추진 중인 'K-UAM'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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