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 전자업계 마케팅 '올스톱'…시들해진 동계 올림픽
-전자 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4일 개막한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통상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면 제품을 홍보하려는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이번 올림픽에선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고요?
-맞습니다. 확실히 이전 올림픽 때와 달리 조용한 분위기인데요. 올림픽 개막 당일에도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올림픽 현장에서 어떠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이 전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TV 등 특정 제품의 판매량을 끌어올릴 기회임에도 소극적인 모습인데요.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조차 글로벌 홈페이지에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3 베이징 올림픽 에디션'을 소개한 게 전부일 정도입니다. LG전자는 '올레드와 함께하는 스포츠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TV 구매 시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수준의 마케팅만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올림픽 특수'라는 말도 있는데, 기업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 탓에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현장 마케팅의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앞서 코로나19 특수로 TV 등 주요 제품의 교체가 상당 부분 이뤄져 기업들이 '올림픽 효과'까지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등으로 서방 국가들이 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에 나선 것도 기업들이 올림픽 관련 마케팅 활동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대표 선수를 응원하는 차원의 지원 활동도 감소했을까요? 지난해 도쿄 올림픽 당시에는 양궁 대표팀을 향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주목받기도 했잖아요.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3 베이징 올림픽 에디션'을 참가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삼성 갤럭시팀'을 꾸려 측면 지원하는 등 기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선수 후원과 관련해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은 롯데그룹인데요. 롯데그룹은 대한스키협회와 함께 1~6위를 차지한 선수와 지도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그룹은 한국 스키 발전을 위해 현재까지 총 150억 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은 학창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했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스키협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스키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올해는 딱히…" 유통업계도 올림픽 특수 없다
-유통업계 역시 동계올림픽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당초 설 연휴 특수가 끝난 만큼 올림픽 마케팅으로 매출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통상 올림픽 기간에는 특수가 예상돼 기업마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곤 합니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면 식음료뿐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산업 전반에서 매출 증대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선, 올림픽 관련한 별도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기업이 줄었습니다. 과거에는 주류 업체, 식음료 업체 등이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거나 올림픽 관련 경품 행사를 벌였는데 올해는 그런 마케팅을 별도로 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과거 유통업계는 올림픽 한정 상품이나 메뉴 등을 선보였는데 올해는 그런 이벤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올해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외하고는 관련 마케팅을 하는 곳이 몇 없습니다. 마케팅을 하는 업체 역시 대규모 홍보보다는 '집관족(집에서 관람하는 소비자)'을 대상으로 먹을거리 관련 할인만 하는 정도입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로 올림픽 자체가 예년과는 달리 흥행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게다가 다음 달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 등 국내에 예정된 중요한 일정이 많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었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감소하면 기업들이 굳이 관련 마케팅에 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전자업계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정세 불안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미중간 갈등을 무시할 수 없죠. 실제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올림픽 후원 기업들을 상대로 "민간분야가 신장(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기를 바란다"고 직접 메시지를 내면서 기업의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코카콜라만 봐도 유통업계의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데요. 코카콜라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별도의 올림픽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업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업계 내에서도 과거 분위기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도쿄올림픽부터 관련 마케팅을 많이 줄였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줄었고, 마케팅에 비해 효과가 작았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쿄올림픽부터 잠잠한 분위기였다니 왜일까요?
-사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이상 올림픽 개최가 연기되면서 국민 관심이 줄었고, 여기에 '노(NO)재팬' 불매운동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케팅을 할 경우 기업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특수가 사라졌습니다.
-네. 단체 관람이 불가능하기에 올림픽 특수는 아예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군요. 코로나19 이후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