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대선주자 첫 TV 토론 이후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 논란이 거세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뒤엎고 주식양도세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칼날을 겨눈 여파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 중 어느 것을 폐지하는 게 옳으냐며 시시비비가 잇따르고 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대선 토론회에서는 주식시장도 여야 후보들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 증권거래세 '폐지'에서 '현행 유지'로 공약을 뒤집은 것이냐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세금은 정말 중요한데 전에 증권거래세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고, 종부세를 폐지한다고 했다. 재원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윤석열식 복지를 확대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공약을 "뒤집은 게 맞다"고 수긍했다.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는 새로운 금융과세 제도가 생긴다고 하니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당분간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현행으로 돌리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주식양도세는 1% 이상 혹은 10억 원 이상 대주주가 대상이고 거래세는 개미들이 부담하는 것인데 개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인가"라고 묻자 윤 후보는 "개미들이 원한다"고 답변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일곱글자 공약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을 확대하겠다는 현 정부 방침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다만 윤 후보의 해당 공약은 일전 발언과는 다소 배치된다. 지난해 12월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내년부터 양도세가 전면 과세되는 정부안에 대해 이중과세 논란이 있으니 거래세는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윤 후보가 거래세에서 양도세로 방향을 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가는 추이다. 현재 온라인 증권 커뮤니티 및 대선 토론 기사 댓글창도 뜨겁다. 우선 양도세 폐지를 찬성하는 투자자들은 "2023년부터 5000만 원 이상 차익에 대해 모든 투자자가 20% 이상 세율을 적용 받는다. 이거 때문에 양도세 폐지하라고 개미들이 피를 토하는 거다", "개미들이 무서워하는 건 본인 세금 몇푼이 아니라 부자들이 양도세 때문에 폭탄매물을 내놓는 것" 등을 주된 이유로 설파한다.
반면 거래세 폐지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찮다. "5000만 원 이상 차익 자체가 개미가 달성하기 힘든 구조다. 무조건 뜯기는 것과 수익이 충분히 날 때 뜯기는 게 있으면 무조건 뜯기는 게 불리한 것 아닌가", "개미가 세금을 원한다니 이 무슨 망언인가. 대주주만 봐주는 건가" 등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심을 가를 수 있는 세금 공약인 만큼 자세한 언급은 삼가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도세를 부과하자고 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가장 기본적인 우리 사회의 세금 원리와 관련이 된다. 다만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적정선 조율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현재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오는 후보들의 발언은 포퓰리즘 정치로만 해석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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