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수진 기자] K-뷰티 시장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최근 업황이 부정적이다. 이미 실적 발표를 마친 LG생활건강이 지난해 4분기 매출 타격을 수치로 나타내자 관심은 아모레퍼시픽으로 쏠리고 있다. 양사의 포트폴리오가 비슷한 만큼 아모레퍼시픽 역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아모레퍼시픽, 4분기 실적 컨센서스 하회 예상
28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9일 발표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1000억~1조2000억 원, 영업이익은 380억~430억 원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긴 하지만 시장 컨센서스와 비교하면 약 10% 이상 낮은 수치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1조1785억 원, 영업이익 406억 원, 당기순이익 204억 원이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IBK추정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11.8% 하회가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조1860억 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396억 원을 예상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2020년 4분기 희망퇴직 관련 850억 원 수준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보면 4분기 실적은 대체로 부진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외 시장의 매출 부진 영향이다. 국내에서는 분기 매출이 10% 이상 개선되며 긍정적인 실적을 기록했지만 중국에서 성장세가 둔화되며 실적이 악화된 결과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사업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며 좋은 실적을 거뒀으나 해외 매출은 약 7% 하락이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럭셔리 뷰티 브랜드인 설화수가 25% 안팎으로 성장했지만 이니스프리 매출 하락폭이 50% 이상으로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인 '광군제(11월 11일)' 등 4분기 쇼핑 행사와 온라인 비중 상승에 따라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며 중국 사업 수익성은 낮은 한 자릿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서 위태로운 K-뷰티…아모레, 전략 대수술 '현재진행형'
아모레퍼시픽의 포트폴리오는 LG생활건강과 유사하다. 지난해 기준 아모레퍼시픽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4%이며, 이 가운데 아시아권 매출은 94.5%에 달한다. 아시아 내 중국 매출 비중이 70% 이상인 점을 고려할 경우 해외 실적의 과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이라는 의미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오프라인 매장 임시 휴점, 주요 국가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 조치, 글로벌 관광객 급감 등으로 오프라인 매출이 하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역시 북미와 유럽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북미 매출은 267억 원으로, 아시아 매출(3524억 원)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전년 동기(239억 원) 대비 소폭 늘었으나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같은 기간 유럽 매출은 50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1%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북미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해외 영향력 제고가 쉽지 않지만 지난해 말에는 방탄소년단의 미국 콘서트에 스폰서로 참여해 현지 고객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콘서트 현장에 마련된 부스에서 라네즈의 주요 제품 샘플과 홍보물을 증정하고, 방탄소년단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출시한 신제품의 홍보 영상을 상영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미국, 동남아, 유럽,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약 4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도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서 회장은 올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새 시대 고객이 원하는 '뉴 뷰티'를 선보여야 한다"며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 등 세 가지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명실상부한 '브랜드 컴퍼니'가 돼야 하고 비즈니스는 고객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조직돼야 한다. 그동안의 관성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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