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두산그룹이 때아닌 '특혜 의혹'으로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선이 두 달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두산그룹에 부지 용도변경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십억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와 두산그룹 간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인 2015년 성남시가 두산그룹이 보유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종합병원용지의 용도를 상업용지로 변경해주고, 기부채납 비율을 10%로 낮춰 수천억 원의 개발이익을 안겼다는 것이다.
다음은 두산건설이 이 후보가 구단주로 있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건넨 수십억 원 규모의 후원금이다. 두산그룹 건설계열사인 두산건설은 성남시가 용지변경을 허가해 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2년 동안 42억 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원했다.
불법 후원금 의혹은 앞서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바른미래당이 이 후보를 뇌물혐의로 고발하면서 수면에 올랐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지난해 9월 이 후보를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불송치 처분했지만, 고발인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해당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후원금 의혹은 최근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려는 담당 검사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불이 지펴졌다. 야권에선 42억 원의 후원금이 '부지 용도 변경의 대가'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든 특혜 의혹에 두산그룹은 "할 얘기가 없다"며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같은 기간 후원금을 건넨 기업 명단에 네이버(39억 원)와 농협(36억 원)도 이름을 올렸지만, 후원금의 규모, 용지변경 시기 등이 맞물리면서 두산을 향한 의혹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이 후보의 친분도 정치권 안팎에서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이 후보와 박 전 회장은 14일 재단법인 '같이걷는길' 사무실에서 약 2시간 동안 경제·사회 당면 과제 등에 관해 대담했다. 같이걷는길은 박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3일 이 후보가 유튜브 채널에서 당시 토론 과정을 담은 '만문명답(박용만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편을 방송했다. 해당 영상에서 이 후보는 반(反)기업 정서에 관한 박 전 회장의 질문에 "내가 진짜 노동자 편만 들고 기업 활동에 저해가 되는 방식의 분배를 강요했다면 (박 전 회장이) 같이 안 놀아줬을 거 아니냐"고 말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 후보는 앞서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인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어떤 기업인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에세이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깐'을 출간한 박 전 회장에 관해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선을 목전에 두고 여당 대선 후보와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만으로도 기업으로선 상당히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정치적으로 민감도가 최고조로 높은 이슈에 관해 기업이 해명할 사안이 있다 하더라도 직접 나서서 해명하는 것 자체가 부담 요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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