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한예주 기자] 상장사 사상 최대 횡령으로 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의 운명이 오늘(24일) 결정된다. 상장폐지되거나 제3자에게 매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금이 묶인 2만여 명의 소액주주들은 초긴장 상태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지 결정할 예정이다.
단, 거래소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심사 대상 여부에 대한 결정 시기를 15영업일 후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 모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만약 거래소가 심사 대상으로 판단하면 오스템임플란트 거래 정지는 장기화된다. 회사가 15일 이내에 개선 계획을 제출하면 거래소는 20일 이내에 심사해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로 넘긴다. 기심위는 상장 유지, 상장 폐지, 개선기간(1년 이내) 부여, 3가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상장 유지'가 결정되면 바로 거래가 재개되지만, '상장 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가 20일간 다시 심의를 받는다. '개선기간'을 주기로 하면 최대 1년간 거래가 더 묶인다. 즉, 기업심사위원회와 2심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거래 정지 상태는 2년 넘게 이어질 수 있다.
만약 거래소가 상장 실질심사 대상에 올리지 않으면 거래는 결정 다음 날 재개되지만,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실질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앞서 투자자보호나 경영개선 요건 충족에 따라 거래재개를 기대한 시장의 예상을 깨고 신라젠에 단호한 결정을 내린 만큼, 오스템임플란트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관측이다.
거래소는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으로 개선기간이 부여됐던 신라젠에 대해 지난 18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거래소는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하며 '계속기업으로서의 영속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거래소는 내부통제 시스템과 횡령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확인해 오스템임플란트의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당초 횡령 규모를 1880억 원으로 공시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횡령 시점이 지난 2020년 4분기부터로 앞당겨지고 횡령금액 또한 235억 원 증가한 2215억 원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24일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씨에 대한 몰수·추징 보전 명령을 받아들이면서 상한액을 1377억 원으로 정했다.
다만, 실질심사의 대상이 되더라도 오스템임플란트가 실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회사 측은 횡령에 따른 손실을 반영해도 재무건전성에 이상이 없어 모든 경영활동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횡령금액을 제외하고도 국내외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2400억 원 이상이고, 월평균 130억 원의 경상자금수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9일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553억 원이다.
결국 관건은 오스템임플란트의 향후 자금 확보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수천억 원의 횡령액 중 얼마를 회수할지, 자본잠식 우려를 불식시킬 방법은 어떻게 확보할지가 주목된다.
상장 실질 심사 대상 여부를 판가름할 운명의 날이 다가오면서 2만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도 촉각이 곤두서있다. 2020년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에 달한다. 총 발행 주식 약 1429만주의 55.6%인 794만 주가량이 소액주주들의 몫이다.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움직임에도 약 1500명 주주들이 힘을 모은 상태다. 집단소송 등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에 약 1500명이 피해 소액주주로 등록했고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도 70여 명이 모였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의 매각설도 주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유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배임·횡령 사건 수사 범위가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 등 현 경영진으로 확대되면서 경영권 교체 가능성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최 회장 측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만나, 매각 관련 자문을 얻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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