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날이 갈수록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1년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펀드 순자산 규모는 831조9000억 원에 달합니다. 전년 말보다도 111조7000억 원(15.5%)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519조8000억 원 수준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국내를 넘어서 해외 유명 기업들의 M&A(인수합병)에도 나서며 몸집을 불리는 추인데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사모펀드 소식을 <더팩트> 취재진이 추렸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13일 2차 변론 진행…설전 격화 조짐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대표 한상원)와 남양유업간 법정 공방이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재판 과정에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후의 정황도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한앤컴퍼니 vs 남양유업, 평행선 여전…내달 3차 변론
지난 13일 진행된 주식양도 계약이행 소송 2차 변론에서도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설전을 펼쳤다. 이날 논쟁은 홍원식 회장의 남양유업 매각가 상향 요구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변론에서 한앤컴퍼니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SPA 직후 주가가 오르자 당초 계약사항보다 높은 주당 90만 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남양유업 측이 지난해 5월 매각 결정 당시 계약 사항과 다른 요구로 인해 계약이 불발됐다는 견해다.
한앤컴퍼니 측 소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2021년 5월 27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주당 82만 원을 조건으로 체결했는데 그 사이 주가가 상승했다. 홍 회장은 계약 이틀 후부터 주당 가격을 90만 원으로 높인 뒤 그에 상응하는 고문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남양유업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법률대리인을 맡은 LKB앤파트너스는 "계약 이틀 후에 주당 가격을 올려달라 얘기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대유위니아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도 양측간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앤컴퍼니 측은 최근 대유위니아그룹 인사의 남양유업 주요 보직 장악 등이 경영 자문이 아닌 실질적인 기업결합,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준한다고 지적했다. LKB&파트너스 변호사는 대유위니아그룹은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영 위기를 겪는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재차 내세웠다.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간 본안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가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흐를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3차 변론기일의 경우 내달 24일로 정한 상태다. 입증 계획, 증거 신청 등 재판상 필요한 서류는 같은 달 17일까지 제출하기로 정했다.
◆ MBK파트너스 기업가치 9조 원…1조 투자 재원까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가 지분 13%를 미국 투자회사인 다이얼캐피털에 매각했다. 다이얼캐피털의 경우 이번 투자로 MBK파트너스가 앞으로 받게 될 운용 및 성과 보수, 출자 회수금을 지분율만큼 공유하게 됐다.
이번 딜에서 MBK파트너스의 기업가치가 9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면서 MBK파트너스는 10억 달러(1조1900억 원)의 투자 재원을 손에 쥐게 됐다. 업계는 MBK파트너스가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진행된 두산공작기계(2조3000억 원), 아코디아골프(4조 원) 등의 엑시트(자금 회수) 성공과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미래 가치 등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의 누적 운영자산 규모는 약 27조 원 수준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부동산과 그로스캐피털 투자로 영역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스캐피털 투자는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의 소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블랙스톤 한국 회장 내정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 회장이 세계 최대 사모투자(PEF) 운용사인 블랙스톤 한국 회장으로 내정됐다. 블랙스톤은 과거 한 차례 한국 사무소를 열었으나 국내 PEF들과의 높은 경쟁 강도 등을 이유로 2014년 철수한 바 있다. 블랙스톤 한국은 오는 5월께 정식 개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7월 기준 6840억 달러(약 812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PEF 운용사다. 블랙스톤은 그간 한국에서도 굵직한 딜에 참여해왔다. 블랙스톤은 지난 2019년 5월 앵커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 지분 46%를 1조1000억 원가량에 인수했다. 2015년에는 핸드백 제조업체 시몬느 지분 30%를 사들이기도 했다.
블랙스톤 한국 법인을 이끌게 된 하영구 전 회장은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수석딜러, 자금담당 총괄이사 등을 거친 인물이다. 2001년 한미은행장으로 선임됐다. 2004~2014년까지 한국씨티은행 은행장과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지냈고, 제12대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 회장은 국내외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블랙스톤의 한국 사업을 전방위 조력할 예정이다. 블랙스톤은 앞으로 한국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흩어져 있는 한국 담당 인력을 한국으로 집결시킨다는 계획이다. 블랙스톤 한국 법인은 기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등 다양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IMM인베스트먼트, EMK 매각 박차…2배 이상 차익 올릴 듯
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대표 장동우·지성배)는 최근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EMK 매각을 위해 크레디트스위스(CS)와 EY한영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는 7000억~1조 원 수준이다.
EMK는 국내 최대 규모의 폐수처리장과 최다 폐기물 소각장을 보유한 업계 수위권 업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7년 3900억 원을 들여 EMK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케이디환경, 탑에코 등 전국의 폐기물 업체를 추가로 인수, '볼트온' 전략을 통해 EMK의 가치를 키웠다.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폐기물 사업을 하는 대기업과 환경 부문 투자를 위주로 하는 PEF 운용사 등이다. SK에코플랜트, 에코비트(前 TSK코퍼레이션), E&F프라이빗에쿼티(PE), 유진PE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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