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보니 신세계"…비건 아니어도 반하는 '대체육'


폭풍 성장 중인 대체육 시장, 비건 아닌 사람도 홀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그린부처 비건 떡갈비. 조직대두단백, 밀글루텐 등 식물성 원재료로 만들어졌다. /쿠팡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신정인 인턴기자] # 올해로 비건 2년 차인 정 모 씨(28·여)는 명절마다 식구들과 함께 비건(vegan·식물성) 음식을 만든다. 비건은 동물성 식품은 물론 동물성 생산품 사용까지 거부하는 친환경 실천가를 뜻한다. 이번 설도 마찬가지다. 부추 만두와 채수가 들어간 떡만둣국, 달걀물을 생략한 감자전, 모시송편을 차리면 깔끔하고 소화도 잘되는 명절 비건식단이 완성된다. 최근에는 대체육 교자만두와 콩고기 꿔바로우 등 완제품과 비건밀키트에도 푹 빠졌다. 정 씨의 집에 초대받은 지인들도 첫 비건 음식을 접한 뒤 "고기가 들어간 제품과 거의 맛이 비슷하다"는 시식 평을 내놨다.

비건 열풍이 이어지면서 대체육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체육은 콩·버섯·밀 등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고기와 유사한 맛, 질감을 구현한 축산 대체 식품이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0년(115억) 대비 약 35% 성장해 155억 원에 이른다.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지난해 55억8770만 달러(한화 약 6조7152억 원)를 기록, 2020년(49억3700만 달러) 대비 13.2%의 성장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비건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기존의 식품업체들도 비건 사업에 한창이다. 농심, 신세계푸드, 롯데푸드 등은 각각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 '엔네이트 제로미트'를 론칭했다. 또 CJ제일제당은 북미 지역에서 비건 인증받은 차세대 식품소재 시스테인을 활용한 대체육을 개발 중이다.

지난 10일 저녁, 용산구의 한 비건 식당에서 주문한 비건 찜닭. 결두부로 만들어진 대체육과 조랭이떡, 애호박, 콩나물, 당면, 양파, 팽이버섯 등이 들어간 달달한 간장 찜닭이다. /신정인 인턴기자

◆ '비건 아닌' 기자가 먹어보니···"진짜 고기 아냐?"

푸석하고 퍽퍽한 콩고기는 옛말이다. 11일 저녁, 기자가 비건 식당에서 주문한 대체육 찜닭은 일반 찜닭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겼다. 결두부로 구현된 대체육은 닭고기 식감처럼 쫄깃했으며, 일반 찜닭보다 간장 양념이 더욱 잘 배어있었다. 가격은 18000원으로, 일반 프랜차이즈 찜닭 가격대와 비슷했다. 특히 일반고기와 달리 차게 식어도 부드러운 식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비건은 비싸고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오늘날 소수의 취향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새벽 배송으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는 비건 조리냉동식품도 인기다. 떡갈비, 제육볶음, 너비아니 등 대체육 간편 식품들은 고객들에게 촉촉한 식감과 소화가 잘되는 부분이 큰 장점으로 꼽혔다. 다이어트 중이라는 한 고객은 "기름기도 없고 열량이 낮아 구매했다"며 "건강하게 맛있다. 야채 싫어하는 아이들도 잘 먹을 맛"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함께 출시한 대체육 플란트 함박 파스타 밀박스를 직접 시식하고 있다. /홍정욱 인스타그램 캡처

◆ 오너들도 '푹' 빠져…시장 전망 '창창'

국내 대기업 오너들도 대체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를 통해 미국 식품기술 스타트업 벤슨힐바이오시스템에 투자했다. 이곳은 식물성 고기의 원재료가 되는 고단백 대두를 개발하는 회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NS를 통해 대체육을 포함한 다수의 비건 식품을 올리며 관심을 드러냈다. SK그룹은 세계에서 대체육 시장 규모 1위인 미국의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 파인드에 투자했으며, 중국의 조이비오그룹과 대체식품 투자펀드 조성 관련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상태다.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은 식물성 혁신푸드 기업 '올가니카'를 운영 중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함께 대체육과 비건 미트소스로 만든 함박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향후 20년 이내로 대체육의 인기가 기존 육류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 2040년에는 60%를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10억 달러로 세계 대체육 시장에서 21%를 차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런칭한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와 관련 "샌드위치만 하루에 2000개 이상씩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많은 기업체들이 대체육을 활용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협업을 요청하는 브랜드들도 상당히 많다"며 "대체육 시장은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것이다. 비건이 아닌 사람들도 대체육을 잘 접할 수 있도록 호텔, 레스토랑과 계속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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