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주인이 '호구'되는 회사에 미래는 없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회사 임원진 8명은 지난해 11월 회사 상장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으로 주당 5000원에 받은 주식 44만 주를 팔아치워 877억 원을 챙겨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더팩트 DB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주주 신뢰 무너뜨리는 기만 행위 재발 막아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 및 증시 대동제'에 여야 대선 후보가 나란히 참석해 국내 주식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주도하겠다고 공언했다.

후보마다 개선 방안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제도 개선 등으로 1000만 개인투자자들에게 건전하고 건강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매번 대선 때면 '코스피 부양'은 경제 살리기 공약의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지만,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코스피시장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안팎의 평가는 수년째 진행형이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장중 시가총액 3조 달러(약 3587조 원)를 넘어선 미국 IT기업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증시 우량주가 장기간 그리는 우상향 그래프도 국내 주식 시장에선 쉽게 찾을 수 없다.

대선 후보자들이 지적한 대로 공매도 이슈를 비롯한 제도적인 문제도 한 몫을 차지하겠지만, 주주를 기만하는 상장사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는 국내 주식시장의 성장을 좀먹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최근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됐다 이른바 '먹튀 논란'으로 불명예 사퇴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국민주 청약'이라는 평가 속에 무려 182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청약 흥행 잭팟을 터뜨리고,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류 대표를 비롯한 회사 임원진 8명은 스톡옵션으로 주당 5000원에 받은 주식 44만 주를 팔아치워 877억 원을 챙겼다. 앞서 상장 간담회에서 "단기간 내 주식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경영진이 불과 상장 한 달여 만에 저지른 일이다.

사실상 '작전 세력'과 다름없는 회사 경영진의 주주 기만행위 여파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카카오 페이는 물론 모회사 카카오 주가는 전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지며 말 그대로 날개 없는 추락 중이다.

최근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몇몇 기업의 '물적분할 이슈' 역시 주주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선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물적분할은 특정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으로 모기업 주주들은 신설법인 주식 단 1주도 받을 수 없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 LG화학의 경우 지난 2020년 주총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떼어 내는 물적분할을 확정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출범한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이다.

기존 LG화학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회사 측은 "분할 법인의 집중 성장을 통해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LG화학의 주가 흐름은 기존 주주들의 우려와 맞아떨어졌다. 신설법인 직원들이 우리사주 배당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경제적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사이 기존 모기업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주당 105만 원에 달했던 LG화학의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 주당 71만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SK이노베이션과 CJ ENM 등 핵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로 떼어내겠다고 밝힌 기업들 모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물적분할 금지법'을 만들어달라는 호소글까지 등장했다.

기존 모기업 주주들에게는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기업의 해명이 '주주 돈으로 키운 알짜배기 사업 떼어내기'라는 비난과 비판을 덮기에 설득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주주'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을 뜻한다. 보유 주식의 양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명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주주의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기업에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은 뜬구름일 뿐이다. 기업은 스스로 철저한 내부 감시 시스템 도입하고, 금융 당국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먹튀 논란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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