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변동·정부 대출 규제 대비 등 '과제'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IPO(기업공개) 일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장외 몸값 8조 원에 이르는 케이뱅크가 흑자전환 기세 등에 힘입어 IPO 흥행에도 성공할지 시선이 쏠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지난해 실적 개선으로 흑자 전환이 유력해지자 상장 주관사 찾기에 나서는 등 연내 코스피 상장을 위해 팔을 걷은 것이다. 케이뱅크는 이달 중 증권사의 제안서를 받아 다음 달 주관사단을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 2017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자본확충 규제로 인해 맞이해야만 했던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을 종식했다. 지난해 7월 인터넷은행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500억 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서다.
이후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실명확인 계좌발급 제휴를 통해 가파른 성장세도 이뤄냈다. 2020년 말 219만 명이던 가입고객은 지난해 말 717만 명까지 늘어났다. 11개월 전 대비 480만 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자산도 급증해 같은 기간 여신은 2조9900억 원에서 7조900억 원으로, 수신은 3조7500억 원에서 11조3200억 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84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첫 연간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케이뱅크는 사상 첫 흑자 전환 타이밍을 발판 삼아 발 빠른 상장에 나선 모양새다. 또한 금융당국의 빅 테크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이면서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개선되고 있는 타이밍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당초 이르면 2023년께 IPO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케이뱅크가 급성장한데 힘을 실어 준 '업비트 제휴' 효과에 한계가 있어 IPO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업비트와의 제휴로 효과를 누렸지만 이는 암호화폐 열풍에 힘입은 수신 성장세로, 일시적 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비트가 케이뱅크뿐만 아니라 타 은행과 제휴를 확대한다면 수신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최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에 참여해 1% 지분을 확보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다른 은행들과 공동사업이나 제휴에 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수신액과 여신액 차이가 큰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지난 2020년 말 수신액과 여신액 차이는 약 7566억 원가량이었지만 1년 새 4조2300억 원으로 벌어졌다. 수신 증가폭이 여신 증가폭 대비 크게 앞서가며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외부적 요소도 있다. 앞서 토스뱅크는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인해 출범 9일 만에 대출을 시행하지 못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여신 취급이 제한되고 (설립 초기 제시한 목표에 따라) 중금리 대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락 중인 점도 케이뱅크 몸값 책정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카카오의 실적 악화 전망과 경영진 주식 매도 이슈 등에 휘말리며 11일 상장 후 처음으로 5만 원선이 무너졌다.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한때 45조 원에 달했지만 4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증발했다. 같은 업종 타사의 기업가치는 IPO시 공모가를 산정하는데 참고되며, 주가가 힘을 잃는 등 업종 내 경쟁사의 기대감이 낮아지면 함께 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시장 침체 우려 및 업비트 의존도 해소 등이 과제"라며 "정부 대출 규제 등 시장 성장이 제한되는 분위기가 커질 경우 역시 기대치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어 다방면으로 대비한 IPO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케이뱅크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케이뱅크는 장외시장에서 1주당 2만 원 초반대에 거래되면서 시총 규모가 7조~8조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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