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보조 로봇·자율주행차·친환경…'CES 2022' 빛낸 韓 기술들

올해 CES의 주인공은 한국 기업이 됐다. 사진은 CES 2022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전시관 비스포크 홈 전시존을 찾아 다양한 가전 제품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년 만에 오프라인 개막…로봇·지속가능성 등 화두로

[더팩트|한예주 기자] 코로나 팬데믹 여파 속에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2'에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예년과 비교해 전체 전시 규모가 축소됐지만,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볼거리와 인사이트를 통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으며 'IT 강국'으로의 위상을 드러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CES 2022'가 8일 마무리됐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22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코로나 확산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2020년 약 1200개사가 참가해 '차이나 전자 쇼(China Electronics Show)'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던 중국 기업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참가사가 150여 개로 크게 줄었다.

규모는 줄었지만, 국내 기업의 올해 CES 참여는 '역대급'이었다. 2년 전보다 30%가량 늘어난 500여 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국내 스타트업의 참여도 300곳에 달해 5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주최국인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등이 부스를 마련하고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참가를 이어갔다. 매년 CES에서 참가 업체 중 최대 규모로 전시 부스를 꾸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도 행사의 주인공 자리를 맡았다.

가장 큰 규모의 전시관을 꾸린 삼성전자 부스에는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할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 게임용 모니터, 비스포크 가전 등을 배치했다. 증강현실(AR) 장치가 있는 자율주행차에 타 볼 수 있다.

집 안에서 스마트 가전을 통해 사용자를 요정처럼 따라다니며 돕는 인공지능 조수 'AI 아바타'도 선보였다. '라이프 컴패니언(Life Companion·동반자)' 로봇인 '삼성 봇 아이'와 팔을 뻗을 수 있어 잡일을 할 수 있는 가사 보조 로봇 '삼성 봇 핸디'도 함께 공개됐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왼쪽)이 5일(현지시간) CES 2022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아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 사업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글로벌 산업계 '거물'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과 만나 5세대(5G),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유 사장은 "융합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삼성처럼 SK텔레콤도 모바일, 유선, IP TV까지 아우르는 융합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부스 내에 전시된 삼성전자 전시물 대다수를 꼼꼼히 체험하는 등 큰 흥미를 보였다. 디지털 콕핏에 탑승해 증강현실(AR) 드라이빙을 체험하기도 했다. 참관을 마친 정 회장은 한 부회장에게 "TV 화질이 대단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유력 인사들도 삼성전자를 찾았다. 부스 개막 직후에는 멕시코 최대 유통 업체 '코펠(Coppel)'사의 디에고 코펠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마케팅책임자(CMO)가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한 부회장과 환담을 나눴다. 코펠은 멕시코 10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현지 최대 유통 업체이자 삼성전자의 멕시코 최대 파트너사 중 하나다.

LG전자도 '고객의 더 나은 일상'을 주제로 신개념 가전을 전시장에 배치했다. 공기청정팬인 'LG 퓨리케어 에어로타워'부터 식물생활가전인 'LG 틔운', 무선 이동식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등을 소개했다.

특히, 안내 로봇인 LG 클로이 가이드봇, LG 클로이 서브봇,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등 인공지능을 접목한 로봇을 소개하고, 사람과 공존하고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일상을 제안했다. 인공지능 기반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인 'LG 옴니팟'도 공개했다. 기존 스마트홈을 넘어 모빌리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비전을 공개한 것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위주로 참여한 LG전자는 신개념 부스를 차려 눈길을 끌었다. 실물 제품이 없는 대신 관람객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AR과 VR로 감상하도록 했다. 부스 곳곳에 설치된 뷰포인트에서 QR코드를 찍어 'CES 2022' 혁신상 제품 등을 경험했다.

LG전자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일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고객경험 혁신을 위한 제품과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LG전자 제공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 기술을 통한 모빌리티 혁신을 주제로 참가했다. 사물인터넷(IoT)에 이동의 개념을 더한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와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라인업은 CES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지속 가능성과 탄소중립도 CES의 주요 테마가 됐다. 올해 역대 최다 계열사가 총출동한 SK그룹은 '넷제로'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전시관을 운영했다. 처음 CES에 나온 SK E&S는 수소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친환경 수소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소개했다.

최근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를 선보이며 수소, 로봇 등을 중심으로 사업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두산도 이번 CES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자동화·무인화 등 미래기술을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두산퓨얼셀이 개발 중인 트라이젠(연료전지를 활용해 수소와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과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직이착륙 드론 등이 현장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해외 기업들도 주목 받았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LG전자가 선보인 제품들을 그대로 카피한 제품들을 대표 제품으로 내세운 탓에 눈길을 끌었다.

특히 TCL은 이번에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3'와 유사한 '클램셸(조개껍데기)' 모양의 폴더블폰 '시카고'를 처음 선보여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또 TV 전문가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TCL 부스에서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진척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좋은 평가를 내놨지만, 마이크로 LED 제품인 '시네마 월' 등에서 패널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모습이 연출돼 옥의 티로 남았다.

hyj@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