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져야 산다" 주요 백화점, 'VIP 기준' 수술 릴레이…이유는

백화점 업계가 VIP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3년 VIP 선정 기준을 공개하며 최상단 등급인 쟈스민 블루와 블랙의 금액 커트라인을 처음으로 고객에 공개했다. 사진은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 /한예주 기자

VIP 기준 공개해 신뢰도 높이고 진입장벽 낮춰

[더팩트│최수진 기자]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비공개로 유지하던 VIP(유료 멤버십)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개편하고 있다. 선정 기준을 고객에 처음으로 공개하고 실적에 포함되는 제품군을 확대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여기에 명품·고가 가전제품 등 백화점 고유의 판매 영역까지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집토끼는 물론 산토끼까지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 백화점 3사, VIP 제도 릴레이 개편…달라지는 기준

7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가 VIP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2023년 VIP 선정 기준을 공개하며 최상단 등급인 쟈스민 블루와 블랙의 금액 커트라인을 공개했다. 현대백화점의 VIP 등급은 △그린 △클럽와이피 △세이지 △쟈스민 △쟈스민 블랙 △쟈스민 블루 등으로 나뉘는데, 블루·블랙 기준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까지 공식 홈페이지에 블루와 블랙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쟈스민 라운지 문의'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연간 8000만 원 이상을 현대백화점·더현대닷컴에서 사용할 경우 2023년 쟈스민 블루가 된다고 명시했다. 1억2000만 원을 결제하면 최상위 등급인 '블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과거에는 고객들이 VIP 기준을 알기 위해 별도로 문의를 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2023년도 기준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정 방식도 달라졌다. 그간 현대백화점은 TCP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해왔다. 현대백화점에서 현대백화점카드로 결제 시 1000원당 1점이 적립됐고, 현금·현대백화점 상품권·신용카드·체크카드 등으로 결제하면 1000원당 0.2점이 적립됐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별도 구분 없이 구매 실적을 100%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VIP 기준은 소폭 상향됐으나 올해는 식품, 가전제품 구매를 통해서도 포인트 적립이 가능해 고객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의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구매 방식에 상관없이 실적을 100% 반영하고 그 범위도 넓어졌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실적을 더 쉽게 많이 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기준이 높아졌다고 해도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결국 전년도와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VIP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2030세대 취향과 소비 패턴 등에 맞춘 신규 멤버십 제도 '클럽와이피'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1983년생(한국 나이 39세) 이하 고객 중 직전 연도에 현대백화점 카드로 3000만 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이 대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잠실점에서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유료 멤버십 클럽인 와이(Y)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1986년 이후 출생 고객만 가입이 가능하고, 가입비는 10만 원이다. 커뮤니티 혜택으로는 △호텔 애프터눈 티세트 △바이레도 10만 원 이용권 △와인 교환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VIP 등급 '레드'를 운영 중이다. 기존 VIP 실적 등급보다 낮은 수준인 연간 400만 원 이상만 구매하면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레드 등급의 선정기준은 기존 연간 선정 방식과 더불어 분기별 실적을 바탕으로 한 2가지 선정 기준을 추가해 총 3가지로 세분화했다. 일반적인 VIP 제도가 전년도의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선정, 혜택을 제공했다면 레드는 업계 최초로 고객들의 소비 성향에 따른 맞춤 기준으로 다양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14.8% 확대됐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노원점, 현대백화점 신촌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왼쪽부터) /한예주 기자

◆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 트렌드…백화점 고유 영역까지 침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14.8% 확대됐다.

온라인 유통시장은 △식품 △화장품 △가전·전자 등의 상품군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큰 폭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고, 온라인 소비 트랜드 확산 지속으로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시장 규모는 7조200억 원으로, 오프라인 시장(6조6400억 원)을 넘어 전체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 시장은 지난해 2월을 제외하고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의 월별 매출 증감률은 △22.6%(1월) △5.5%(2월) △15.2%(3월) △16.5%(4월) △17.6%(5월) △19.6%(6월) △20.2%(7월) △11.1%(8월) △14.5%(9월) △19.7%(10월) △14.8%(11월) 등이다.

특히, 최근에는 오프라인 채널의 고유 소비 영역으로 알려진 '명품'까지 온라인으로 이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2020년 기준 명품 시장 규모는 14조9964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2015년과 비교하면 52% 급등했다. 국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9.6%에서 10.6%로 늘어났다.

백화점의 변화는 기존 고객의 록인효과(다른 서비스로 수요 이전이 어려워지는 현상)를 키우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결정이다. 국내 유통시장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만큼 백화점 자체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꼭 오프라인에서 사야 하는 제품은 없다. 예전에는 명품, 고가의 전자제품 등의 경우 신뢰도가 높은 백화점에서만 구매했는데 요즘은 이런 제품조차 온라인으로 산다. 주목할 점은 백화점의 온라인몰이 아닌 일반 유통 플랫폼에서 구매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온라인 플랫폼은 계속 성장하지만 오프라인 채널은 주춤하게 된다.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채널도 고객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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