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업계 해외수주 호황 속 '나홀로 부진'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이 전년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김형(왼쪽), 정항기 대우건설 대표. /대우건설 제공

해외 수주액 6분의 1 급감…순위도 4위→11위로

[더팩트|이민주 기자] 대우건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코로나19 위기 속 해외 수주액 3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등 '위기 속 선방'을 이어간 반면, 대우건설은 전년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7일 국토교통부(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06억 달러로 2년 연속 30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연초 목표도 초과 달성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목표액을 300억 달러로 설정한 바 있다. 이는 직전 5년 평균치인 294억 달러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318개사, 91개국에서 30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지역별로 중동(37%), 아시아(30%), 유럽(15%), 북미·오세아니아(13%) 순으로 중동지역 수주실적이 가장 높았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플랜트)가 높은 비중(58%)을 차지했으며, 토목(19%), 전기(10%) 등이 뒤를 이었다.

건설사별 1위는 삼성물산으로 지난해 해외에서 69억6851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2위는 삼성엔지니어링으로 35억6101만 달러, 3위 현대건설은 33억8927만 달러다.

특히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3위에서 지난해 실적을 크게 개선해 1위 자리에 올랐다. 삼성물산의 2020년 해외 수주액은 45억6488만 달러에서 지난해 52.7% 급등했다. 4위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0년 23억8322만 달러에서 지난해 29억571만 달러를 기록하며 6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DL이앤씨 역시 같은 기간 4억7602만 달러에서 17만1986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우건설 해외 수주액은 곤두박질쳤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8건, 6억3542만 달러로 지난 2020년 수주액(39억428만 달러) 83.7% 감소했다. 대우건설 해외 수주액이 10억 달러를 넘기지 못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8억3542만 달러로 전년 대비 83.7% 감소했다. /더팩트 DB

순위도 11위로 급감했다. 대우건설 순위는 지난 1978년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종전 순위는 2020년 4위, 2019년 5위, 2018년 5위다.

수주 건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신규 해외 수주는 4건으로 지난 2017년 이후 가장 낮았으며 대부분이 플랜트 공사가 아닌 빌라나 주거개발사업이다. 기준 수주 증액 계약이 4건이나 사업장별로 코로나19로 진행이 멈춘 곳도 있다. 이라크 알 포 항만공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수주 감소와 관련해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해외 수주와 관련해 수익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본 측면도 있다"며 "지난해 자사가 집중하고 있는 항만공사 등이 연기됐고, 중동 등 주요 지역에서의 발주도 코로나로 연기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글로벌 건설시장이 세계 각국의 인프라 투자 정책에 따라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해외사업 부문에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시장 조사기업 IHS Markit는 올해 세계 건설시장이 지난해(12조9571억 달러) 대비 7.1% 성장한 13조8728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주인인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해외사업 확대를 공언한 만큼 김형, 정항기 대우건설 대표의 어깨도 무거운 상황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 체결식에서 "다양한 해외건설 경험을 가진 대우건설의 인수는 저에겐 평생의 꿈을 이뤄가는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상황이 (전년 대비)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LNG 사업을 발주한 나이지리아나 항만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후속 사업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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