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서울옥션 지분 확보…미술품 판매 및 신규 사업 적극 추진
[더팩트│최수진 기자]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각도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술품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올 초부터 사업 정관을 변경하고 미술업체 지분 인수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신세계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신세계, 서울옥션 주식 확보…'미술'에 꽂힌 정유경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는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과반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는 서울옥션의 주식 85만6767주를 280억 원에 취득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신세계가 확보한 지분은 4.82%다. 신세계는 "미술품 판매사업 및 소싱 관련 사업의 제휴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주도로 진행됐다. 정 총괄사장은 최근 미술 관련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실제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 최초로 갤러리 전담팀을 신설한 바 있고,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정관 변경을 통해 '미술품의 전시·판매·중개·임대업 및 관련 컨설팅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대전에 신규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에도 452㎡(약 137평)를 할애해 미술품 전시 공간인 '신세계 갤러리'를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온라인몰에서도 미술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의 갤러리 공간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본점 본관 6층 옥상정원 '트리니티 가든'은 호안 미로, 헨리 무어, 알렉산더 칼더, 안토니 곰리 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신세계 강남점 3층 리뉴얼을 통해 해외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매장 곳곳에 예술품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봤다. 9월까지 500여 점의 미술품이 고객들에게 판매됐으며 최근에는 신진 작가의 작품과 공예품, 오브제 등이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서울옥션 지분 확보는 최근 들어 '아트슈머(art+consumer)'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실제 10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에서 판매한 김창열 작가의 작품은 공개 1시간도 안 돼 판매를 완료했고, 판매가는 최고가(5500만 원)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열린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 2021' 행사는 올해 역대 최고 판매액과 관람객을 기록했고, 이건희컬렉션 전시회는 입장권을 예매하기 어려울 정도다.
신세계 관계자는 "성장이 유망한 미술품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안정적인 상품 소싱과 차별화된 아트 비즈니스를 선보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신세계, 포트폴리오 다변화…'서울옥션' 통해 어떤 사업 진행할까
서울옥션이 국내 미술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과반에 가깝다. 서울옥션은 △경매 △판매 △중개 △담보 대출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인데, 서울옥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위주의 과점체제다. 2007년 미술품 경매시장 호황으로 여러 경매회사들이 시장에 진입했지만 서울옥션이 시장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에 대해 "경매에 주요 작품을 수급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경쟁수단이자 시장진입 장벽으로 존재하는 미술품 경매시장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미술품 공급망을 확보한 신세계는 백화점, 인터내셔날 등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미술품 사업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 곳곳에서 미술품을 판매 중인 기존 전략을 확대하는 방향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NFT와 메타버스 부문에서 신규 사업도 추진한다. 신세계는 서울옥션과 함께 관련 기술과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원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 계열사의 자사몰을 통해 온라인 판매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NFT는 온라인 미술 판매 사업과 접목할 가능성이 크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증명서로, 쉽게 말해 위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정품 인증서'와 같은 개념이다. 최근 온라인 미술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가품 유통 및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신세계가 정품의 소유권을 디지털(NFT)해 진품 여부를 인증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키워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미술품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라며 "업계에서 왜 미술품에 관심을 가지냐고 비웃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이 업계 최초로 판매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할애하고 미술품 전시를 진행했는데, 당시 업계는 그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업체를 입점시키면 일평균 억단위 매출이 나오는데 왜 그 공간에 미술품을 거냐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통업계 전반에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총괄사장의 선구안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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