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율 최대 0.3%포인트 인하
[더팩트│황원영 기자]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또다시 깎이면서 카드사의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본업인 수수료 수익이 줄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으로 대출 수익마저 감소할 수 있어 카드사의 우려가 크다.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 인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오는 27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드사 노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입장과 계획을 표명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매출 구간에 따라 최대 0.3%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연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0.8%에서 0.5%로 내려간다. 이외에 △3억~5억 원은 1.3%에서 1.1%로 △5억~10억 원은 1.4%에서 1.25%로 △10억~30억 원은 1.6%에서 1.5%로 각각 하향 조정된다. 수수료가 인하되는 가맹점은 전체의 96%로 총 4700억 원 상당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내놨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신용판매에서 그간 적자를 기록해온 만큼 당국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도 수수료 개편으로 카드 수수료율이 0.5~0.79%포인트 대폭 인하된 바 있다. 이후 신용판매는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BC·롯데·우리·하나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손익은 2013~2015년 5000억 원에서 2016~2018년 245억 원으로 감소한 뒤 2019~2020년에는 1317억 원의 손실을 냈다.
그간 카드사는 결제 수수료 악화를 카드론 등 대출 수입으로 대체해왔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카드론이 DSR 규제에 포함돼 이마저 쪼그라들 전망이다.
당국의 수수료 인하 결정에 대해 카드사 노조는 "카드 수수료의 인하 중단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한 우리 카드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율 인하 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노조는 "금융위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재차 인하할 경우 총파업 수위를 높이겠다"며 "파업 수준에 따라 전화상담, 카드 결제 등의 서비스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카드사 노조가 실제로 총파업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카드사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금융당국이 카드사 자금 조달 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VAN)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분석을 기초로 산정한 비용이다. 새로 산정한 적격비용으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력을 산정하면, 이듬해부터 변경된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이뤄진다.
카드사 수익 악화가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카드사가 수익 보전을 위해 무이자할부 등의 서비스를 줄이거나 혜택이 좋은 일명 '혜자카드'를 단종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7~2018년 7개 전업 카드사에서 70~80개의 신용카드가 단종됐지만, 2019년 160개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는 이달 15일 기준 143개의 카드가 단종됐다. 무이자 할부 가맹점수도 2018년 382만개에서 올해 9월 315만개로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판매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연회비를 올리는 등 수익 보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알짜카드 단종이나 무이자 할부 서비스 축소 등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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