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OLED 공급설 제기…TV시장 새 국면 예상
[더팩트|한예주 기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가전 동맹'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년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 진출을 앞둔 삼성전자가 부족한 OLED 물량을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면서 업계의 관심은 TV 1~2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QD-OLED 생산량 부족…삼성, 안 한다던 OLED 손뻗나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LCD(액정 표시 장치) TV 패널 500만 대, OLED TV 패널 200만 대 등 총 700만 대를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지난 11월 양산을 시작한 퀀텀닷(QD) 기반의 QD-OLED 패널 생산량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QD-OLED TV는 삼성전자가 2013년 OLED TV와 노선을 달리해 만든 QLED TV와 함께 삼성 TV의 정체성을 상징할 가능성이 높은 모델이다. QD-OLED는 무기물인 퀀텀닷(양자점) 물질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로, 기존 OLED의 잔상 현상을 개선하고 색상도 더욱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생산할 수 있는 QD-OLED 패널 출하량은 최대 100만 대로, 삼성전자 연간 TV 출하량(5000만 대)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전 세계에 OLED TV 패널을 독점 공급 중인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량은 올해 연 800만 대에서 내년 1000만 대, 2023년 1100만 대(추정치)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기존 제품인 네오 QLED TV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화이트(W)-OLED 패널을 공급받아 만든 OLED TV로 시장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QD-OLED는 청색 유기물을 발광원으로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OLED는 백색 유기물 기반이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재 OLED TV는 현재 LG디스플레이가 독점 생산해 LG전자와 소니·파나소닉 등 세계 20곳의 제조사에 전량을 납품하고 있다. 1500달러 이상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 3분기 35.8%로, 매 분기 점유율이 커지고 있다. 기존 LCD TV를 넘어선 TV 제조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양사의 동맹설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설마'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LCD 중국 의존도 확대, 마이크로LED TV의 높은 가격 등을 이유로 OLED TV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면서 이를 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실제 이미 LCD 시장 점유율 1위를 가진 중국에 OLED 패널의 점유율까지 내줄 경우 수입 가격에 대한 협상에서 중국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고 자칫 시장 자체의 패권을 내줄 수도 있다.
◆"삼성-LG 동맹 현실화된다면?"…디스플레이업계 최대 화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견해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화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W-OLED TV를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동맹'이 내년 디스플레이업계의 최대 화두라고 밝혔다.
동시 양사 모두에 긍정적인 협업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기관은 "LG디스플레이가 주요 브랜드들의 고급 TV에 W-OLED를 공급하는 TV 기술개발업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돼 최대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로서도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의 계약을 진행한다면 차세대 패널인 OLED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고 LG전자, 소니와의 점유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 16년째 글로벌 1위인 TV 시장에서의 입지도 공고히 할 수 있다. LCD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도 없는 과도기적 상황이어서 LCD 패널까지 제공받으면 공급처를 LG디스플레이와 중국업체로 다변화할 수도 있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의 전망과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된다. LG디스플레이도 고객사 확대와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산업의 시장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협업이 이뤄진다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물론, 국내 OLED TV 경쟁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거래가 사실이 된다면 LG전자의 OLED TV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던 삼성전자가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삼성은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자체 QD-OLED TV와 별개로 LG 패널을 탑재한 OLED TV까지 출시해 세계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