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숟가락' 버리고 국민과 기업 위한 '밥상' 차려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며, 10대 경제 대국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위기 속에서 소득의 양극화를 줄이고, 분배를 개선한 점은 놀라운 성과다."('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평가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말 그대로 '장밋빛'이 선명했다. 공교롭게도 거대 여당의 대선후보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코로나19 소상공인 자영업자 피해단체 연대'가 주최한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상공인·자영업 손실 규모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고, 많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큰 고통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오늘날 경제상황을 짙은 회색빛으로 바라봤다.
상반된 평가는 부동산, 일자리 문제 등 곳곳에서 나온다. 국가부채는 연일 고점 경신 중이고, 현 정부 첫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부터 삐거덕거린 부동산 시장 잡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부에서 강조한 고용지표도 연령대별 취업자 수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고용 한파'나 다름없다.
야당은 물론 여당 대표까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낮은 점수를 주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밝힌 진단을 두고 '자화자찬'이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결코 이상한 상황은 아닌 듯싶다.
정부와 온도 차가 어디 자영업자들만의 얘기겠는가. 나라 경제 허리를 맡고 있는 기업들도 주체만 다를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21일 내년 예산 2조4000억 원을 투입해 무공해자동차 50만 대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2025년까지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BIG3 산업' 영역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환경 보호에 솔선수범하고,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고자 하는 정부의 계획 자체에는 흠결이 없다. 문제는 전동화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반 시스템과 환경의 부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친환경 정책을 발표한 날, 현대자동차(현대차)와 SK, 포스코(POSCO)그룹을 비롯해 15개 회원사로 구성된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국회를 향해 수소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호소했다. 글로벌 수소경제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나, 늦어지는 입법·정책적 지원으로 투자 중단위기에 처했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따로 노는' 정책 사례는 또 있다. OTA(Over The Air) 관련 법안이 대표적이다. OTA는 무선으로 차량 성능을 개선하고 시스템 오류를 잡아주는 서비스로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임시 허가' 상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제55조)에서 자동차 정비업자가 등록된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점검 및 정비작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스스로 나서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신청해 임시 승인을 받았지만, 특례 기한은 고작 2년이다.
최근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순배출량 제로'를 골자로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역시 제조업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목표라는 쓴소리가 산업현장 곳곳에서 나온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 등 규제에 초점을 맞춘 반기업 정책까지 줄줄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바라는 정부의 태도가 아쉽게만 느껴진다.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오늘날 공감을 잃은 '자화자찬'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누구도 국민들과 우리 기업들이 이룩한 성취를 폄훼하지 않는다. 국민과 기업의 노력으로 거둔 성과에 숟가락을 얹는 행태를 꼬집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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