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박희준 기자]북한이 유엔 제재대상인 '규소철'을 중국에 계속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소철은 '페로 실리콘(Ferro-silicon)'이라고도 하며 철과 실리콘의 합금으로 제련과정에서 쇠를 더 강하게 만들면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비철합금제품을 만드는데도 쓰이는 금속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이 수출할 수 없는 제재품목으로 지정해 놓은 품목이다. 북한과 중국은 이러한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버젓이 규소철 사고팔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통계를 인용해 20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해관총서가 18일 공개한 지난 11월 북중 간 무역액은 총 4126만9000만 달러로 10월보다 약 50만 달러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절반(49.9%) 밖에 안 된다.
11월 북한의 전체 수출은 약 655만 달러이며 이중 규소철 수출은 369만 달러였다. 전체 수출에서 절반 가까이가 규소철 수출인 셈이다. 북한의 규소철 수출은 7월과 8월, 9월, 12월 등 넉달 동안 총 1510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그런데 규소철은 유엔이 정한 수출금지 품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8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응해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등 주요 광물, 수산물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구리,아연, 철광석 등 북한의 주요 광산물 수출은 금지됐다.
규소철은 전기로에서 규소나 모래를 코크스로 환원해 생산하며 전기강판 생산에서 첨가제로 쓰인다. 전기강판은 전자기 특성을 지닌 강판으로 전력기기와 전자기기용으로 사용된다. 방향성 전기강판은 변압기 등 철심의 재료로 활용되고,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발전기와 모터 등 회전기 부품으로 쓰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전세계 규소철 공급의 약 66%를 중국이 담당한다. 중국산 페로실리콘의 25%를 한국이, 40%를 일본이 각각 수입한다. 중국산 규소철이 한국에 많이 수입되는 만큼 북한이 수출한 규소철이 한국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이미 지난해 5월 2019년 중국 해관총서를 분석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페로실리콘과 아코디언 등이 중국 세관 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제3국으로 수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관계자는 RFA에 "페로실리콘은 대외무역상품 품목을 표시하는 HS 코드 가운데, 철강을 가리키는 72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명백한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밝혔다.북한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Bradley Babson) 전 세계은행 고문은 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중국에서 광물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중국 세관 당국은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또 필요한 외화를 벌기 위해 어떻게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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