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부동산 정책…쌓여 가는 국민 피로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제도 보완책을 내놨지만 누더기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더팩트 DB

"임시·긴급조치로 집값 안정 어려워…장기적 대책 필요"

[더팩트|이민주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공시가격 동결과 임대인 인센티브 등 제도 보완을 약속했지만, 잦은 정책 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도와 시장 질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기재부)와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전날(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주택공급 확대 등을 통한 부동산 시장의 확실한 하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게 내년 정책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인 인센티브와 임차인의 주거부담 완화 등 다각적 지원을 약속했다.

임대인 인센티브는 상생 임대인이 계약을 2년간 유지하면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받기 위한 실거주 요건(2년) 중 1년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상생 임대인은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가격을 올린 1세대 1주택자(공시가격 9억 원 이하)다. 단 내년까지의 계약체결분에 한해 적용된다.

임차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월세 세액공제율을 내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기존 10~12%에서 12~15%로 상향하기로 했다. 전세반환보증보험(HUG) 지원도 내년 6월까지로 6개월 연장했다.

세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 재산세에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같은 날 '공시가격 관련 당정협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해 1세대 1주택을 보유한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재산세, 종부세, 건보료 등 제도별로 완충장치를 보강하겠다"며 "2022년도 보유세 산정시 올해 것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내용 중 하나다. 올해 공시가를 활용한다면 (보유세) 동결이라는 표현도 쓰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3일 내년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긴급·임시 조치로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더팩트 DB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보완책을 내놨으나 국민들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은 "부동산 정책을 걸레로 만들었다"(hous***), "고치고 또 고쳐서 누더기 세법이 됐다"(hs32****), "임대차 3법은 애초에 나와서는 안 될 악법이었다. 걸레를 빨아 쓴다고 수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sb12****),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땜질식으로 메우는 꼴"(wnsd***)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임시조치로는 부작용 교정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자의 종부세의 납부 유예나 공시가격 현실화는 일시적 조치라는 한계를 가진다"며 "당장의 임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임시 조치 이후의 장기 방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계속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한 로드맵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난 표심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회성 세 부담 완화에 그친다"며 "보유세 경감(공시지가 동결) 조치가 전체적인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생 임대인 정책과 관련해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임대인들과 임차인 간 잡음 때문에 급히 정책을 도입하는 느낌"이라며 "조건(1가구 1주택, 공시가격 9억 원)이 있는 만큼 실제 수혜자는 '비싸지도 않은 집이 하나 있는데 여러 이유로 실거주를 못 하는 사람'이나 '일단 집은 사야 할 것 같으니 전세 끼고 저렴한 집 하나 사는 경우' 등 정도만 해당된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자기 집을 전세로 주고 본인은 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제도다. 이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며 "전체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다주택자에게도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갱신해, 내년에 2년 계약이 만료되는 사례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내놓은 대책으로 보인다"며 "정책 조건이 까다로워 적용 대상자가 많지 않을 것이고, 완전 면제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세입자를 내보내는 집주인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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