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중 상장 예상…기업가치 10조 원 규모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IPO(기업공개) 3수생 현대오일뱅크가 연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 중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두 번의 실패가 있었던 만큼 세 번째 증시 입성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신청했다. 예비심사에 45 영업일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심사 결과는 내년 2월께 나오게 된다.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3~4월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면 이르면 내년 5월 안에 상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시도인 지난 2012년에는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하락하며 실적 악화가 나타남에 따라 상장을 철회했다. 2018년에 진행한 IPO 당시엔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강화되며 절차가 지연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아 중단됐다.
그러나 이번 IPO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실적 호전세가 나타난 데다 재무 구조 개선과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진 배경 등에 힘입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14조662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10조2959억 원) 대비 42.4% 증가한 수치다. 누적 영업이익은 8516억 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4년 만에 1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는 현재 10조 원가량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사 아람코가 참여한 프리 IPO로 지분 17%를 매각할 당시 8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주관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이 진행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최대 2조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에 투입한다. 지난 3월 현대오일뱅크가 발표한 '비전 2030'에 따르면 현재 85% 수준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5%로 낮추고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상장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경우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 상승 기대감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74.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유지분 중 일부 구주매출이 진행된다면 현금 유입에 따른 배당 여력 증대와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축소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상장에 따른) 지주회사 할인을 감안해도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만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면 밸류에이션 매력은 충분히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