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 떨어졌다는데…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서울 일부지역 아파트값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으나 실제 거래가 상승률은 단지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강남·마포 실거래가지수 '하락' 전환…업계 "일부 하락거래 영향"

[더팩트|이민주 기자]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실거래가지수'가 하락 전환했지만, 시장에서는 "'집값 조정'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최근 거래 사례에서는 단지 규모나 입지별로 가격 상승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급매물이 하락 거래되면서 전체 평균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둔화는 수 주째 이어지고 있다.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7%로 전주 대비 0.03%p 줄었다. 서울 25개 구 중에서 22개 구에서 상승 폭이 줄었다.

구별로 관악구는 지난해 5월 18일 이후 처음으로 '보합' 전환했다. 강북은 용산구 상승률은 0.14%, 노원구 0.05%, 마포구 0.05%를 기록했다. 강남은 반포동 신축이 있는 서초구(0.14%), 강남구(0.12%), 송파구(0.07%) 위주로 상승했다.

실거래가지수도 최근 일부 지역에서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10월 서울 아파트값 실거래가지수(2017년 기준 100)'는 180.6다. 실거래가지수 상승 폭은 4개월째 둔화세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를 포함하는 동남권 지수는 0.03% 하락했다.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구)의 지수는 같은 기간 0.5% 하락했다. 두 지역 실거래가 지수가 하락한 것은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잠정치 역시 전월 대비 0.91%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확정 지수는 내달 중순에 공표될 예정이다.

최근 실제 거래를 확인한 결과, 다수 지역에서 아파트값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다만 입지나 단지 특성에 따라 가격이 오른 곳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 84.94㎡는 지난 8월 30억 원(12층), 29억900만 원(26층)에 거래됐으나 지난 7일 26억 원(19층)에 팔렸다. 4개월 사이 4억 원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의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84.96㎡(전용면적)도 지난 10월 11일 28억5000만 원(13층)에 거래된 후 지난달 24일 25억5000만 원(2층)에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10월 서울 아파트값 실거래가지수(2017년 기준 100)는 180.6다. 상승 폭은 4개월째 둔화세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팩트 DB

반면 강남에서도 개발 기대감이 큰 곳의 거래가는 상승했다. 송파구 거여 82.96㎡는 지난 7월 11일과 7일 9억7000만 원(1층), 9억6000만 원(2층)에 거래된 이후 지난 10월 8일 10억9500만 원(4층)에 매매됐다.

마포에서는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성산동 성산시영 50㎡가 지난 10월 9일 11억2000만 원(9층)에 신고가에 거래된 후 지난달 15일과 27일 각각 10억7000만 원(3층), 10억8000만 원(11층)에 거래됐다. 한 달 새 4000만~5000만 원이 내린 셈이다.

그러나 마포에서도 투자 가치가 높은 대단지 아파트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마포구 상수동 래미안밤섬리베뉴2는 84.92㎡가 지난 7월 6일 16억9000만 원(4층)에, 6월 26일 16억9500만 원(4층)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11일 17억7500만 원(84.98㎡, 9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마포구 대흥동 마포자이3차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 단지 84.86㎡는 지난 7월 17억 원(19층), 9월 18억3000만 원(6층), 10월 17억8500만 원(6층)에 각각 매매됐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거래 절벽' 현상과 일부 하락거래된 매물이 지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거래가지수 하락만 가지고 집값 하락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신고된 건을 이전 거래 건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산정해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성이 가장 높은 통계로 꼽히지만,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되면 왜곡된 결과값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분석 회사 리얼하우스가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1~10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4만581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위로 내려온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싸게 나온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최근 거래량이 침체된 만큼 일시적인 숨 고르기 효과일 수 있다. 집값이 하락세라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다소 섣부르다.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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