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경총 등 경제단체 "법원, 신의칙을 부정한 판결"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과 관련해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정책실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등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로 예측하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32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이 매우 어려움에도,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아 통상임금 관련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임금 소송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 형성된 신뢰를 먼저 고려하고, 부가적으로 경영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인총연합회(경총) 역시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부정하고, 기존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신뢰한 기업이 막대한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경총은 "대법원은 기존의 신의칙 판단 기준을 더욱 좁게 해석해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예측을 했다면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신의칙을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대법원은 해외의 경제상황 변화와 이에 따른 영향을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대법원의 주장과 달리 오늘날 산업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위기와 변화가 수시로 발생한다"라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기업의 경영자가 예측해 경영악화를 대응해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산업현장에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라며 "법원은 노사의 자율적 관행과 신뢰관계를 존중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산업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정기상여금과 설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즉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통상임금 산정액은 노조 추산 4000억 원, 회사 추산 6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은 노동자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반대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정 근로와 상관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했다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현대중공업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견해와 차이가 있어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