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인재영입 등 운용업계 '파격인사' 단행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연말 인사 시기를 맞은 자산운용업계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업계는 ETF 전문가를 영입해 CEO를 교체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ETF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본격 팔을 걷은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0일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 부문장인 서봉균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기존 심종극 대표는 임기가 2023년까지로 1년 남은 데다 올해 삼성자산운용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업계로부터 연임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대표에서 물러나 고문직을 맡게 됐다. 삼성자산운용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5% 늘었다.
업계는 좁혀진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격차를 다시 벌리기 위해 삼성자산운용이 전격적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에서 자산운용 전문가를 영입하면서까지 대외적인 의지 표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서 전무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씨티그룹을 거쳐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를 역임하는 등 자산운용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은 수장 자리에 '국내 ETF 선구자'로 불리는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내정했다. 배 부사장은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02년 ETF의 국내 도입을 최초로 성공했고 2012년에는 국내에 레버리지 ETF를 선보였다.
한투운용 역시 이번 인사에서 새로운 인재 수혈을 택했다.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는 만큼 시장 내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투운용은 ETF 분야에서 삼성·미래·KB에 이어 시장점유율 4위를 점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서 지난달 초 밝힌 인사를 통해 최창훈 부회장, 이병성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인사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전반적으로 실시한 세대교체가 적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부회장과 이 부사장은 각각 1969년생, 1967년 생으로 모두 50대 초반이다. 아울러 김남기 ETF부문장은 ETF 운용부문 대표로 선임했다. 직급은 상무보에서 바로 전무로 승진시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25%에서 35%까지 끌어올리면서 1위와의 격차를 대폭 줄이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과에도 CEO를 교체한 것은 인사 단행을 통해 내년에는 삼성운용을 잡는 한편 ETF 도약에 보다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화자산운용은 앞서 지난 7월 한두희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결정하며 5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 ETF 운용팀을 ETF사업본부로 승격하는 등 ETF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운용사마다 세대교체와 ETF에 특화된 인물로 수장을 교체하면서 날로 커지는 ETF 시장 내 승기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기준 국내 상장 ETF 순자산총액은 70조5596억 원으로 지난해 말 52조 원 대비 35.6% 뛰었다. 업계에서는 내년 말에는 자산규모가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자산운용사마다 시장 선점을 위한 맹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거나 ETF에 특화된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식이 나타난 만큼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