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어느 국가에서도 중고차 시장진입 규제 없어"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소비자단체가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와 관련 3년째 결정을 미루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대해 감사원 국민감사를 추진한다.
소비자정책 감시단체 사단법인 컨슈머워치는 13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열림홀에서 '소비자 관점에서 본 중고차시장의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발제를 맡은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 중고차 시장은 시장불신으로 인해 당사자거래 비중이 54.7%로 이례적으로 높고, 신차대비 중고차시장 규모도 2020년 현재 1.35배로 선진국의 2∼2.5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며, 영세업체 중심의 객관적 품질 평가 시스템 부재 등으로 인해 중고차 수출 경쟁력마저 취약하다"라며 "이러한 특성은 대기업의 시장진입 규제에 기인하는바,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은 중고차시장 사례를 분석한 결과 어느 국가에도 중소기업적합업종과 같이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규제하는 경우는 없다"라며 "미국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른 규제가 없기 때문에 중소독립 딜러부터 대기업 수준의 프랜차이즈 딜러까지 시장 세분화가 가능했고, 그 덕에 소비자들은 고품질 제품부터 가성비 높은 제품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켈리블루북', '카팩스' 등 중고차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과 일본의 완성차 대기업의 인증 중고차 사례를 들며 시장 개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곽 총장은 "한국의 경우 중고차 관련 기업 중 상장된 기업이 K-CAR 단 하나지만, 일본은 30여 개에 달한다"면서 "국내 중고차 소비자들은 투명한 가격정보와 높은 품질의 제품을 구입하기를 원한다. 국내 중고차시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시장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기업이 진출한다면 중고차 시장이 전문화, 세분화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투명한 가격정보, 믿을 만한 품질 정보를 얻어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다"라며 "모든 정책의 중심을 중소기업 보호가 아닌, 소비자 보호에 둬야 소비자 후생도 높이고, 산업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중고차매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 생계형적합업종 대신 '소비자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중고차 시장에서 계속되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기부에서 중고차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교수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허용 여부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목소리이고, 이런 측면에서 여론조사 등의 결과는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컨슈머워치가 지난 10월 26일 기준 국내 중고차시장 개방 관련 34사의 온라인 뉴스 보도에 게재된 총 285개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현행 중고차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총 233개로 전체의 82.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역시 "2020년 국내 중고차시장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252만 대(신규등록 대수)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신차 시장 대비 1.3배 수준으로 중고차시장이 개방된 미국(2.4배)과 독일(2.0배) 등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가 적다"며 "이는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입차 고객들은 자신이 쓰던 차량을 수입차 딜러에게 판매하면서 차액만 지불하고 신차를 구입할 수 있지만, 내국산 고객들은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진입 어려움으로 소위 'Trade-In 거래'를 할 수 없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공정·투명·객관적으로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중고차시장 개방 여부 결론을 3년째 미루고 있는 중기부에 대해 감사원 국민감사를 추진한다"라며 "이를 위해 이날부터 자동차시민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총 300명의 청구인을 모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등 6개의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은 지난 3월과 4월, 8월, 10월, 11월 등 올해만 다섯 차례에 걸쳐 중기부에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관한 심의는 지난 2019년 2월 신청일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법정시한(2020년 5월)도 이미 1년 7개월 이상 지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고차산업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6월부터 3개월여 동안 상생협약을 위한 논의에 나섰지만, 매집 제한과 신차판매권 부여 등 양측 간 의견 격차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중기부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현대차,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를 대상으로 지난달 25일과 같은 달 29일부터 30일까지 중고차 관련 협력회의를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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