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승부수…예상 깬 사장단 교체에 임원 인사도 관심 집중

삼성전자가 기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의 파격적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더팩트 DB

대표이사 다 바꾼 삼성전자…후속 임원 인사서도 세대교체 전망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예상을 깬 파격적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자, 후속 임원 인사 규모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장단 인사에서 '안정'보단 '변화'를 택한 만큼, 임원 인사에서도 '뉴 삼성' 구축에 초점을 맞춘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삼성전자가 연공서열을 타파하는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한 터라 대대적인 변화 가능성에 더욱더 힘이 실리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7일) 3명의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에 DS(반도체)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 종합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CE(소비자가전)부문 김현석 사장과 IM(모바일)부문 고동진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삼성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것은 지난 2017년 10월 인사 이후 4년 만이다.

'대표이사 3인 체제'는 '2인 체제'로 바뀐다. CE와 IM을 통합한 세트부문은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이처럼 CE와 IM을 통합한 건 두 조직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사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DS부문장은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맡게 됐다.

이 밖에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경식 부사장은 세트부문 북미총괄 사장으로, 박용인 부사장은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으로, 법무실 김수목 부사장은 세트부문 법무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초 재계는 코로나19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3인 체제'를 포함해 사장단 대부분을 유임하는 등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파격적인 수준의 변화가 나타나자 '뉴 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출장 도중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조급함을 드러낸 데 이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파격적인 수준의 사장단 인사가 발표되면서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팩트 DB

이로써 삼성전자는 세대교체를 통해 '50대 경영진 투톱 체제'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진용을 갖추게 됐다.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외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거나 위촉업무가 변경된 이들 모두 50대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부회장·사장을 회장·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주요 사업의 성장과 회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한 것"이라며 "미래를 대비한 도전과 혁신을 이끌 인물을 세트사업, 반도체사업의 부문장으로 각각 내정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구도 아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사장단 인사에서 큰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은 후속 임원 인사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 인사가 통상 사장단 인사 단행 후 2~3일 뒤 발표됐다는 점에서 이번 주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2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은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물갈이 쇄신'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마찬가지로 '미래 준비' 차원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연공서열을 타파하는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기존 부사장과 전무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고 임직원 승진 시 직급별 체류 기간을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임원 인사에서 성과주의에 따른 '깜짝 발탁'이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성과주의에 따른 젊은 인재의 과감한 발탁은 다른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났다.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인 132명의 신임 상무를 발탁한 LG그룹은 신임 상무 중 60% 이상을 40대로 선택했다. SK 인사에서는 40대 사장(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30대 부사장(이재서 SK하이닉스 전략기획 담당)이 탄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재계 분위기와 이재용 부회장의 공격적 행보를 고려하면 삼성 부사장단에 전문성과 잠재력을 갖춘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복귀한 지 12일 만인 지난 6일 중동 출장길에 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잘 다녀오겠다. 목요일(9일)에 돌아온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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