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겨냥?…유럽 통신사 13곳 "망 사용료 내라"

유럽 통신사들이 성명서를 통해 거대 영상 플랫폼 기업에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라고 밝혔다. 사진은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 /유튜브 영상 캡처

유럽 주요 통신사 성명서 발표…넷플 압박 전세계 확대 조짐

[더팩트|한예주 기자] 유럽 통신사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거대 영상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BT), 텔레콤오스트리아, 텔레포티카, 오렌지, KPN, 비바콤, 프록시무스, 텔레노르, 알티체포르투갈, 텔리아컴퍼니, 스위스컴 등 유럽 주요국을 대표하는 13개 통신사는 성명서를 통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은 네트워크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통신 부문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계획을 필요로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기업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 대부분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주요 콘텐츠 제공업체(CP)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래픽이 늘어나면 통신사엔 망 구축, 유지비용이 증가한다. 데이터 이용량이 갑자기 커질 경우 데이터 병목현상이 일어나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망을 증설하는 등 별도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통신부문 투자가 지난해 525억 유로(약 70조6340억 원)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9월 영국 방송통신규제청(OFCOM)은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비춰 망 중립성 규제에 대한 재검토와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영국 BT의 마크 알레라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5년 전 망 중립성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4~5개 회사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를 주도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어떤 CP를 막거나 소외시키려 하지 않지만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수요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이미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통신망 개발의 기반이 되는 망 사용료 갈등이 각국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압박이 거세지자 넷플릭스는 최근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기존 입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4일 국회를 방문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과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인프라 비용 분담과 관련, 자체 시스템을 통해 현지 통신사와 가까운 거리까지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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