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LG·롯데·LS·농심, 임원 인사 단행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주요 기업의 연말 인사 시즌이 막을 올렸습니다. 올해 인사에도 성과주의나 세대교체가 큰 흐름으로 등장했는데요, 일부 기업은 승계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인적 쇄신의 폭과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목표는 모두 동일한 것 같습니다.
"시장의 처절한 목소리,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열흘 동안 미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 24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마디입니다. 북미 대륙을 횡단하며 적잖은 성과를 거뒀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과제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냉혹한 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이 부회장뿐 아닙니다. 냉혹한 현실은 또 다른 곳에도 찾아왔습니다. 바로 금융 소비자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인플레이션 등 금융 불균형이 영향을 미쳤는데, 차주에게는 부담스러운 소식이 됐습니다.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막 오른' 대기업 인사 시즌…닮은 듯 다른 인사 키워드
-연말은 늘 재계에서 가장 바쁜 시기로 꼽히죠. 그룹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그리는 다음 해 경영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정기 인사가 몰려 있기 때문인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이 도래했지요?
-맞습니다. 해마다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늘 빠지지 않는 단골 수식어가 있는데요. '세대교체', '외부 인재 수혈', '신상필벌' 등이 대표적이죠.
지난 한 주 재계에서는 LG와 롯데그룹이 연말 인사의 포문을 열었는데요. 먼저 '구광모 체제' 4년 차를 맞은 LG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G그룹은 지난 25일 부회장 1명을 포함해 무려 179명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이는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세대교체는 그룹 컨트롤 타워인 지주사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부터 시작했는데요.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부회장의 빈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COO부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면 상무급 임원 인사에서는 더욱 두드러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습니다. 신임 상무 명단에 이름을 올린 132명 가운데 과반인 82명(62%)이 40대 젊은 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죠. LG그룹은 이들을 가리켜 '변화를 주도할 핵심 인재'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는 '실행력을 갖춘 인재를 적극 육성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같은 날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도 이뤄졌죠?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는 '순혈주의 타파'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그룹의 양대 핵심 사업 부문으로 꼽히는 유통·호텔 부문의 수장이 모두 외부인사로 교체하는 파격 인사였습니다.
유통BU장과 롯데쇼핑 대표를 맡은 강희태 부회장과 호텔·면세점 사업을 맡아온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모두 '인사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의 빈자리는 김상현 전 DFI 리테일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각각 채웠죠. 특히, 롯데쇼핑의 백화점 사업부 대표 자리에는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내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승계'에 초점을 맞춘 기업도 눈에 띄는 것 같은데요.
-보편적인 인사 키워드를 넘어 자기만의 정통성으로 업계에서 눈도장을 찍은 곳이 있는데요. 아름다운 '9년의 평화승계' 룰을 지키고 있는 LS그룹이 그 주인공입니다.
L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이후 9년마다 사촌끼리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주는 '사촌 승계'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창업 1세대로 형제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세운 공동 경영 원칙으로 앞서 초대 회장인 구자홍 회장(고 구태회 회장 차남)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2대 회장인 구자열 회장(고 구평회 회장의 장남)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9년간 그룹 회장직을 수행했죠.
이 같은 전통에 따라 이번 정기 인사에서 구자열 회장은 내년부터 사촌 동생인 구자은(고 구두회 회장 장남)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승계하기로 했는데요. '9년 주기의 승계' 원칙이 지켜진다면, 이후 차기 회장 자리에는 구자은 회장의 5촌 조카인 그룹 3세 가운데서 한 명이 이름을 올리겠죠.
-유통업계에서도 인사 소식이 들렸는데요.
-네. 농심 역시 LS그룹과 같은 날인 지난 26일 연말 정기인사를 발표했는데요. 먼저 신동원 농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대표이사 자리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병학 생산부문장이 내정되면서 박준 부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신동원 회장은 회장직만 맡아 그룹 전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하네요.
사실 농심의 이번 인사에서 이목이 쏠린 대목은 '3세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부장이 구매담당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별'을 달았는데요. LS에 '사촌경영'이 대표 룰이라면, 농심은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두고 있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죠.
신상열 상무는 1993년생으로 만 28세인 만큼 앞으로 몇 년간 경영수업에 더 몰두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재벌 3세의 승계 코스'를 밟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음 주에는 삼성과 현대차, 포스코, CJ그룹 등이 정기 인사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요. 어떤 인사 키워드가 주목을 받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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