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김상현號' 출범, 실적 개선 등 과제 '산적'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사진)이 롯데쇼핑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이 됐다. 김상현 부회장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기반으로 롯데쇼핑의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쇼핑 수장, '강희태→김상현'으로 교체…유통부문 혁신 및 변화 주문

[더팩트│최수진 기자] 비(非) 롯데맨에 속하는 김상현 총괄대표가 내년부터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을 이끌게 됐다. 롯데가 외부인사를 사업부문장(CEO)으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성 높은 인물을 내세워 롯데쇼핑의 혁신과 변화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당장 김상현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 롯데쇼핑, '홈플러스 출신' 김상현 왔다…'정통성'보다는 '생존'

롯데그룹은 지난 25일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는 홈플러스 출신의 김상현 부회장을 신임 유통군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김상현 총괄대표는 1963년생인 59세(만 58세)로, 전임인 강희태 부회장(1959년생)보다 젊은 인사다. 김 총괄대표는 약 35년간 유통 산업에만 몸담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하며 처음 유통 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 P&G 대표를 지냈고, 이후에는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김상현 총괄대표는 이후 P&G를 나와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고, 2018년부터 DFI(데어리팜)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DFI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롯데가 김상현 총괄대표에 거는 기대는 크다. 우선, 롯데그룹이 김 총괄대표에게 주문한 과제는 '롯데쇼핑의 혁신과 변화'다. 롯데그룹은 김 총괄대표 선임에 대해 "그가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유통 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순혈주의가 강하기로 유명하다"며 "임원들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출신'을 따져왔다. 롯데그룹으로 입사하지 않은 인물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대표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신세계 쪽에서 2019년에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외부인사를 마트 CEO로 앉혔는데 그 당시만 해도 롯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며 "코로나19 타격으로 유통 산업 전반이 흔들렸지 않나. 그 이후에 정통성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재계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롯데도 그런 영향을 받아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실력을 앞세운 정기인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를 통해 체질 개선도 나서겠지만 이와 동시에 경쟁사보다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없애고 일각에서 나오는 '고루하다'는 인식을 깨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는 내년부터 롯데쇼핑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한예주 기자

◆ '주어진 기간 2년'…김상현, 롯데쇼핑 체질 개선 성공할까

김상현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2022년부터 약 2년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 측에서 통상 2년 주기로 CEO 선임에 따른 성과를 따져 교체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임인 강희태 부회장의 경우 2019년 롯데그룹의 유통BU장으로 승진하며 2년간 롯데쇼핑을 이끌어왔으나 이번 정기인사에서 교체됐다. 유통 사업 구조조정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유통BU장을 맡았던 이원준 전 롯데쇼핑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이원준 전 부회장은 2017년 정기인사에서 롯데백화점 당시 사장에서 유통BU장(부회장)으로 승진했으나 2년 후인 2019년 세대교체를 이유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김상현 총괄대표는 내년부터 롯데쇼핑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롯데쇼핑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11조7892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983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40.3% 감소한 수치다. 마트, 슈퍼 등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결과다. 특히, 롯데쇼핑의 핵심 사업부이자 코로나19 이후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해온 백화점마저 희망퇴직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또,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800억 원에 그치고, 영업적자는 1070억 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 폭은 늘어났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김 총괄대표를 선임한 이유로 '이커머스 경험'을 강조한 만큼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의 영향력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의 시장점유율은 5% 수준이다. 경쟁사인 네이버(17%), 신세계그룹(이베이코리아 포함, 15%), 쿠팡(13%) 등과 비교하면 롯데온의 성장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시장의 기대도 크다. 강희태 부회장이 구조조정 등을 일정 부분 진행해놓고 물러난 만큼 김상현 대표가 총괄하는 롯데쇼핑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부진하지만 변화하는 과정이기에 큰 부담은 아니다"라며 "백화점 사업부는 올 3분기부터 기존점 성장률에서 경쟁사를 앞서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할인점과 슈퍼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안정적인 이익이 실현 가능한 사업부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모습이다. 또한 희망퇴직을 단행해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도 개선하고 있다. 롯데온 역시 빠르게 안정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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