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 모델뿐?" 에이블루, '커블체어+김연경' 조합 내세웠으나 '글쎄요'

가구 제조업체 에이블루가 자세교정 의자 브랜드인 커블체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고 홍보모델을 변경하는 등 나서고 있지만 전작에서 제기된 소비자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군포시=최수진 기자

커블체어, 지난 8월 신제품 출시…'불편하다·효과 없다' 지적도

[더팩트│최수진 기자] 유효기간이 만료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 내용을 광고와 마케팅에 활용한 문제로 도마에 오른 가구 제조업체 '에이블루'가 자세교정 의자 브랜드인 커블체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에이블루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마케팅 모델을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손연재에서 배구선수 김연경으로 변경하는 등 전략 변화에 나섰지만 전작인 손연재 의자에서 제기된 '효과가 없다', '불편하기만 하다' 등의 비판이 여전히 거세다.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전작보다 못하다는 혹평도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다. 김연경 선수를 앞세워 커블체어 신뢰도 회복에 나서는 에이블루의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 커블체어, 모델 바꾸고 신제품 공개…'이미지+제품' 한 번에 개선 목표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루는 하반기 들어 커블체어의 신 상품을 공개하고, 브랜드 모델을 변경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을 확보하고 점점 커지는 기능성 의자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에이블루는 지난 8월 기존 커블체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커블체어 그랜드'를 공개했다. 에이블루는 당시 "800만 개 이상 판매된 커블체어의 리뷰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면서 "커블체어의 핵심인 지렛대의 원리를 유지하고 기능과 디자인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소비자를 파고드려는 모습을 보였다.

신제품 공개과 함께 광고 모델도 바꾸는 강수도 뒀다. 에이블루는 지난달 국민요정 손연재 선수 대신 한국 대표 배구선수 김연경을 발탁하고 TV CF와 에이블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에이블루는 앞으로도 김 선수를 앞세워 커블체어 신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에이블루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커블체어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 최정상으로 평가받는 김연경 선수와 함께하기로 했다"면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김연경 선수와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에이블루가 광고 모델을 변경한 것은 1년 만이다. 에이블루는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출신의 체조선수 손연재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고, TV CF와 온라인 광고를 병행했다. 이후 1년 3개월 만에 모델을 변경하고 신제품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기존 커블체어 모델인 손연재 선수와의 모델 계약은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지난 9월 30일자로 종료됐다"면서 "김연경 선수는 10월 1일부터 모델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김연경 선수와 맺은 모델 계약은 해외 마케팅까지 고려한 선택이며 에이블루는 현재 수출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블루는 지난 10월 커블체어 신제품 모델로 배구선수 김연경을 기용하고 TV CF와 에이블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커블체어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커블체어, 신규 특허 개발도 손 놓아…신제품서 달라진 건 '모델'뿐?

그럼에도 모델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에이블루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특허는 전작에 적용한 2건이 전부다. 이마저도 2013~2014년에 출원한 것으로, 이후 추가된 특허는 전무하다. 에이블루가 개발한 특허는 앉을 때 바른 자세를 유도하고 안락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자(제10-1598473호) 관련 2건인데, 해당 특허의 출원일자는 각각 2013년 7월과 2014년 5월이다. 이후 7년 이상 신규 특허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만에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차이는 거의 없다. 신제품에서 개선된 점은 △지지력 △쿠션감 △사이즈 등이다. 이를 제외한 세부 스펙과 적용된 기능은 전작과 동일하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에이블루가 커블체어에서 강조하는 점은 '앉으면 밀어주는 방식의 의자를 통해 바르게 앉는 습관을 잡아준다'는 것으로, 교정을 위해 적용한 기능이다. 그런데 전작과의 기술적 차이 등 부가 설명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전작과 신제품 설명란에서 동일하게 제공하는 내용이다.

광고 전략도 마찬가지다. 에이블루는 손연재 선수를 모델로 기용하고 선보인 커블체어 TV 광고에서 앉으면 밀어주는 지렛대 원리', '평생 바른 자세 만들어요' 등의 문구를 강조했다. △자세 교정 원리 △자세 교정을 위한 특정 기술의 적용 여부 △제품 사용에 따른 체형 변화 효과 등 별도로 자세한 설명은 제공하지 않았다.

에이블루는 지난 8월 커블체어 신제품 그랜드를 선보이고 브랜드 모델로 배구선수 김연경을 발탁한 바 있다. 사진은 에이블루 본사에 있는 신제품 모습. /군포시=최수진 기자

에이블루는 김연경을 기용한 이후 약 16초 분량의 '커블체어 그랜드' TV 광고 4개를 선보였지만 내용은 전작과 유사하다. 광고에서 언급한 내용은 '더 강력한 지지력(와이더 대비 20% 증가)', '더 탄탄하게 밀어주는 바른 자세' 등이 전부로, 신제품에서 새로 강조하거나 추가된 부분은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신제품과 전작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커블체어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의자"라면서 "지난 8월 출시한 커블체어 그랜드는 사이즈, 착석감 등에 대한 고객 의견을 반영해 해당 사항을 개선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 신제품에도 '효과 없다' 리뷰 여전…광고비 수십억, 연구개발 비용은 '대외비'

이 때문에 신제품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지속 게재되고 있다. 앞서 '손연재 의자' 출시 당시 "플라스틱 제품이 효과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교정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제품을 착용해봤더니 오히려 더 불편하다", "큰 효과가 없는 것 같은데 가격만 비싸다", "제 값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받았다.

신제품에서도 소비자 불만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쇼핑에 입점된 에이블루 공식 홈페이지의 커블체어 그랜드 리뷰에 따르면 "앉자마자 허리에 밀착이 되니까 불편하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정말 안 좋다. 예전 제품이 좋은데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하는 것 같다. 버리려다가 놔둔 상태", "다리 쪽이 짧아져서 1시간만 앉아있어도 다리가 저리다. 독서실에서 사용하려고 샀는데 다리가 저려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 "일단 한 번 앉아볼 수도 없게 무조건 택을 잘라야만 하는 구조로 포장돼있다. 어쩔 수 없이 앉아야 하니까 택을 제거했는데, 와이더보다 나은 게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불편하다. 쿠션을 보강했는데도 여전히 배긴다"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커블체어 신제품에서도 효과가 없다 ,불편하다 등 전작에서 지적된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쇼핑 페이지 갈무리

에이블루 측은 이에 대해 "바른 자세가 습관화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에이블루는 유튜브 등을 통해 제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고객 편의를 위한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 온라인 스토어 상 일부 고객의 불만 사항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이에 에이블루는 고객 리뷰를 통계 작성해 제품 개발 등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블루는 최근 9988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자문의를 두기로 결정했다. 에이블루가 자문의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블루 측은 "9988 병원과의 MOU는 바른 자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비자들이 바른 자세를 습관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면서 "전문가 자문을 받아 올바른 커블체어 사용법 등 콘텐츠와 제품 개발 등에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에이블루가 연구개발(R&D)보다는 마케팅에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을 투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블루는 현재 구체적인 R&D 비용, 광고비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최근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다. 지난 4월 에이블루 본사에서 한 <더팩트> 취재진 인터뷰에 따르면, 커블체어 광고에 집행하는 비용은 월 최대 2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에이블루의 연매출(약 1100억 원)을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91억6000만 원이다. 에이블루의 광고비는 월 매출의 4분의 1 수준이 되는 셈이다.

에이블루는 이와 관련해 "사내 디자인 연구소를 조직∙운영하고 있으며, 일대일 스케일 샘플 제작이 가능한 대형 3D 프린터를 도입하는 등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9988 병원 등 전문가와 협업하거나 연구 개발하는 것의 일환으로 정확한 투자 비용은 현재로서는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제품 출시 주기도 들쑥날쑥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에이블루는 2018년 기본 모델 출시 이후 2년이 지나서야 후속 모델인 '와이더'를 선보였고, 올 들어 '그랜드'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에이블루 측은 "출시 주기를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면서 "현재도 새로운 제품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개발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발매일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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