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루시드 담는 서학개미…테슬라 투심은 어디로?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리비안의 나스닥 상장 이후(현지시간 10~15일) 리비안 주식 1억395만 달러(약 1228억 원)를 매수했다. 사진은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R1T 전기 트럭이 10일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전시돼 있다. /AP.뉴시스

서학개미, 리비안 상장 후 일주일간 1228억 원 매수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내 투자자의 최다 매수 종목 테슬라에 머물렀던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시선이 다른 전기차(EV) 업체인 리비안과 루시드로 향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관련 이슈 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향후 서학개미 매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리비안의 나스닥 상장 이후 6일 동안(현지 시간 10~15일) 리비안 주식 1억395만1000달러(한화 약 1228억 원)를 쓸어 담았다. 매수 규모로 테슬라에 이은 2위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식은 3억875만9000달러(약 3649억 원)을 사들였다.

리비안은 상장 직후부터 현재까지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상장일인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종가 기준 6거래일간 상승률은 45%다. 17일 종가(146.07달러)는 공모가(78달러) 대비 87.2% 상승했다.

주가 상승과 함께 시가총액 규모는 세계 자동차 업계 3위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16일 리비안은 시총 14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 폭스바겐(139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추월했다.

리비안과 함께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도 최근 서학 개미들이 많이 사들이는 종목으로 꼽힌다. 서학 개미들은 이달 들어 루시드를 9632만7900달러(약 1138억 원)가량 사들였다.

루시드는 지난 7월 스팩(SPAC·인수합병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했다. 루시드의 17일 종가(52.55달러)는 상장일 대비 96% 뛰어올랐다. 현재 기업가치는 865억1700만 달러(약 102조2000억 원)에 달한다.

아울러 테슬라 이외의 전기차 종목을 향한 매수세에는 서학 개미뿐 아니라 미국 내 개인투자자들도 합세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 동안 3억7800만 달러(4466억 원)가량의 리비안, 루시드, 포드 등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16일 기준 리비안과 루시드는 테슬라를 제치고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 올랐다.

테슬라에 대항하는 전기차 업체들은 테슬라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44.54% 올랐지만 같은 기간 루시드와 포드는 각각 452.99%, 132.28% 올랐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6일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가운데 10%를 매각할지 여부를 묻는 트위터를 올렸다. 사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뉴시스

이들 업체는 세계적으로 전기차 업종이 주목받기 시작한 증시 분위기에 더해 머스크의 트윗을 통한 돌발적인 발언 및 주식 매도 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는 지난 6일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중 10%를 매각할지 여부를 묻는 내용으로 트위터를 게시했다. 이후 머스크는 8일부터 주식 매각에 나서 17일까지 총 88억 달러(약 10조4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머스크가 당초 제시한 매각 수준에 따르기 위해서는 향후 추가로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테슬라는 미국계 투자은행(IB) JP모건이 테슬라가 신주인수권(워런트) 계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내건 소송에 휩싸인 상태다. 최근 JP모건은 1억6200만 달러 상당의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가 올해 6~7월 만료되는 JP모건의 보통주 콜옵션(주식 등을 만기일에 정해진 가격에 사는 권리) 행사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주가는 머스크의 주식 매각 이슈가 불거진 이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16일 테슬라는 전날 대비 4.08% 오른 1054.73달러에 마쳐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는 '천이백슬라'(테슬라 주가 1200달러 도달을 뜻하는 은어)에 성공하며 신고점을 기록한 지난 4일(1229.91달러) 대비 14.24% 하락한 수치다. 15일 장중 한때는 986달러를 기록해 '천슬라' 마저 지켜내지 못하고 '구백슬라'로 밀렸다.

한편, 주가하락 후 서학 개미의 테슬라 매수세도 강하게 나타나면서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다. 16일 서학 개미들은 테슬라를 1억794만 달러(약 1275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전체 미국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순매수 규모다.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지닌 기술력과 전기차 업종 내 경쟁력에 의해 시장 기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높은 기술 진입장벽과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한다면 테슬라는 경쟁 우위를 지속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기술 혁신의 성과가 확인된다면 시장기대치는 추가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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